엉터리 광장 신청서 검토 없이 승인, 소방·경찰 불통… 구조 골든타임 놓쳐
"안전 규제 완화가 참사 불러" 지적도, 경기·성남시, 서로 떠넘기기 일관
2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와 경기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경기도와 성남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 각 기관들의 부실한 대응과 책임회피 행태를 성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민기 의원은 “3.3㎡당 25명이 넘는 인원이 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엉터리 광장사용 신청서를 처리하면서 합리적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과기원)은 환풍구 추락사고를 불러일으킨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를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성남 분당구청에 광장 사용신고서를 냈다. 신고에서 과기원은‘사용면적 260㎡(78평), 사용인원 2,000명’이라고 허위사실을 명기했으나 분당구청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를 승인했다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같은 당 박남춘 의원은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상 경찰은 유명 연예인 참가 여부 등 행사의 규모와 성격, 주변 안전성 등을 판단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행사 때 안전관리 요원수가 계획보다 적지 않은지 점검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경찰청 강성복 제1차장은 “공문을 통해 행사 위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잘못이 없었는지 내부 감찰을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소방본부가 사고 발생 1시간35분 만에 망자가 된 것으로 추정했던 분들 가운데서 생존자를 발견해 분당제생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는 재난 구조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경찰로부터 ‘지하 주차장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전해들은 뒤에야 지하 4층에서 환풍시설을 열고 인명을 구조하기 시작했다”며 “이 때는 사고 접수 후 28분, 현장 도착 후 16분이나 지난 시점으로 소방과 경찰의 불통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가 ‘지역 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적용 대상 범위를 완화시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지역 축제장 안전매뉴얼’은 관람객 수를 특정하지 않고 많은 인파가 모인 축제에 적용됐으나 올 3월10일 최대 관람객 수가 3,000명 이상 되는 지역축제에만 적용되도록 개정됐다”면서 “판교 추락사고는 안전관리에 대한 규제 완화가 부른 참극”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경기도와 성남시 등은 의원들의 추궁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행사 현수막과 홍보물 등에 주최기관으로 표기된 경기도와 성남시는 ‘명의 도용’을 주장했고 주관사인 이데일리는 ‘도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남경필 도지사는 “산하기관 행사라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으나 명칭 사용을 허가한 적은 없다”고 말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특혜를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데일리 관계자는 “언론사의 이름을 걸고 명의도용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씀 드린다”며 “기관들이 (행사가)잘 될 것 같아 협력하다 문제가 되니 발을 빼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한 의원은 “국민들은 이런 사고가 또 날 수도 있겠다며 혀를 찰 것”이라고 한심해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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