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스타트업이 산업생태계 바꾼다

입력
2014.10.22 20:00
0 0

범위의 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자본의 크기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는 저물고 적은 자본금을 투입해 생활의 불편함을 제거하는 솔루션 소프트웨어가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 20세기 산업계가 공룡이 지구를 점령했던 중생대였다면 21세기는 다양한 포유류와 조류 등이 출현한 신생대인 셈이다.

6,500만 년 전 신생대를 지배한 동물의 능력은 크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매머드는 10톤에 달하는 무게와 3㎙에 달하는 강하고 길쭉한 상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에게 사냥 ‘당하곤’ 했다. 인류는 높은 지능과 협업으로 작은 키와 부족한 근력을 극복했고, 결국 세계를 지배했다. 이런 흐름은 산업계, 특히 수 많은 회사의 생존이 엇갈리는 창업 생태계에도 적용된다.

21세기 산업 생태계의 기본 토양은 각종 스마트 기기이다. 기업들은 PC, 스마트폰 등 규격화된 하드웨어 토양 위에 소비자의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 줄 각종 소프트웨어 씨앗을 뿌리고 있다. 신생대 생존의 경쟁력이 동물의 크기가 아니었듯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 역시 크기, 곧 총 자본금의 크기가 아니다.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드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이다.

이런 생태계는 문제 인식과 참신한 아이디어, 빠른 의사결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에게 유리하다. 지불 방식에 대한 불만족이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을, 디지털 소통의 갈증이 페이스북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산업의 흐름을 놓칠 리 없는 각국의 산업계는 스타트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애플이 탄생한 것처럼 영국의 런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에서 수많은 차고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 역시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사라졌던 차고들이 다시 들어서고 있다. 미국에나 이스라엘에 뒤쳐지지 않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검색 및 추천 엔진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렵고 복잡한 의학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스타트업 헬스웨이브와 국내 수백만 개의 맛집 블로그에서 광고를 제외한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업종별 순위를 제공하는 맛집 검색 스타트업 다이닝코드가 대표적이다.

미국, 이스라엘, 독일의 벤처 펀드는 한국의 차고를 찾기 위해 서울로 집결하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의 정부들이 각종 ‘당근성’ 정책을 내놓으며 치열한 스타트업 투자자금 유치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자금이 서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행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자금의 가장 큰 동인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웹ㆍ앱에 익숙한 환경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첫 번째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다. 한국은 연구개발이나 특허 출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창조적 결과물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다소 느슨하다. 사업화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은 연구소 위주의 연구개발 비중이 높다 보니 원천 기술에 대해 받는 로열티 대비 지불하는 로열티를 뜻하는 기술무역 수지 배율이 0.42, 세계 30위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두 번째는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시장 토양이다.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30%이지만 한국은 인구의 7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라다. 이러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데이터 분석, 보안 관련 시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안드로이드, iOS 운영체제뿐 아니라 모바일을 이용한 구글 플레이, 유튜브 등 콘텐츠 사용자 경험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대중화, 뛰어난 기술력에 혁신 정신이 더해지면 한국에서 차기 세계 산업계를 이끄는 스타트업의 삼박자를 갖추게 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싸우다가 ‘운 좋은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닌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는 창업가 정신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시도, 기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정신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할 것이다.

김기준 케이큐브벤처스 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