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건빵까지 군납 비리 부지기수, 보훈단체 등서 정부조달 방식도 문제
‘군피아(군대+마피아)’의 해악은 개인 차원의 비리를 넘어선다. 군 출신을 매개한 업체와의 결탁으로 원가를 부풀리고 불량 장비를 납품하는 등의 방산 비리 때문에 군 전력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군피아라는 공생 네트워크가 워낙 암암리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보니 실제 적발이 쉽지 않아 무기체계의 왜곡을 개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통영함 비리 사건은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가장 필요할 때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무기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구조 능력의 부족성을 인식해 1,500여억원을 들여 최첨단 구조함인 통영함을 만들었으나, 정작 세월호 참사 때는 투입하지 못했다. 해군이 2012년 선체고정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사기에 문제가 있다며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 결과 통영함의 전력이 차질을 빚은 원인이 여지 없이 드러났다. 방위사업청 간부와 업체가 결탁해 1970년대 기술 수준에 불과한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무려 41억원에 구입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방위사업청 간부 2명은 음파탐지기 평가결과를 위조하고 특정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도록 봐준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 기소됐다. 이외에도 함정사업부장을 맡은 황기철 해군참모총장과 일부 방사청 전ㆍ현직 고위간부가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어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낙후한 장비 납품으로 인해 무기체계가 차질을 빚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 2월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전투요원에게 보급한 방탄복 2000여벌이 북한군이 사용하는 소총에 뚫려 무용지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특전사가 2011년과 2012년에 납품 받은 다기능 방탄복에 대해 북한군이 사용하는 AK47 소총으로 사격을 해 본 결과 ‘완전 관통’돼 방탄복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또 특전사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의적으로 방탄복 시험 평가서를 작성했고 2011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3억 1,000만원 상당의 방탄복 2,062벌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방탄복을 시험 운용한 한 부대가 “모든 면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보고했으나, 특전사 군수처가 이 내용을 누락한 채 적합하다는 의견만 채택해 방탄복 구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방탄복 구매 과정이 석연치 않아 군피아의 비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이외에도 군화나 건빵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의 전력에 영향을 미치는 장비나 부품 납품 과정에서 관련자가 비리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 같은 군납 비리는 ‘관급’이라는 일종의 정부조달 방식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비역 군인이나 보훈단체 등이 군에서 필요한 장비와 부품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다 보니 성능은 떨어지고 가격은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업 규모가 큰 무기체계 도입이나 개발 과정이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런 대형 사업은 군피아가 대부분 수면 아래에서 움직여서 실제 비리가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전요구성능(ROC) 변경이나 무기 개량사업이 대표적이다. 군 당국은 K계열 전차와 소총, 해군 함정, 유도무기 등 주요 무기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량사업을 벌여왔는데 숱은 의혹의 시선이 제기됐으나 딱 부러지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무기 개량사업의 배경에는 방산업체의 요구가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방산업체에 취업한 예비역은 현역 군인의 퇴직 후 일자리를 봐주고, 현역들은 선배 예비역들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처럼 사적인 관계로 맺어진 미묘한 커넥션은 정부가 아무리 감찰을 해도 적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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