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발언 나오자 범대본 "철수 없다" 공식 반박
"정부, 발 빼는 수순 아닌지…" 실종자 가족들은 불안감 떨어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크게 술렁였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던 민간잠수사들이 수색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세월호 4층 선미에서 수색을 맡아 온 민간잠수업체 88수중이 더는 수색이 힘들어 조만간 장비와 인력을 철수할 뜻을 공식적으로 통보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88수중측은 지난 5월 투입된 이후 다섯달 가까이 해당 구역 수색에 매달려 왔지만 실종자를 추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또 민간잠수사협회와 가족대책위가 제안한 ‘잭업바지선’을 통한 수색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황이다. 잭업바지선은 해저 4곳에 닻을 고정시킨 채 바지선과 세월호를 관으로 연결, 잠수부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혀왔지만 세월호 선체가 강한 유속 때문에 조금씩 이동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수색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의 “이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실종자 수색이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냐”는 질의에 “며칠 정도”라고 답변해 논란이 일던 와중이었기에 실종자 가족들은 온종일 사태 파악을 하며 불안감에 떨었다.
하지만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민간 잠수사 수색 중단과 철수에 대해 논의해본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범대본은 이날도 예정대로 민간잠수사 54명을 사고 해역에 집결시켜 정조시간대인 밤 11시까지 수색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범대본은 잠수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24일부터는 해군을 투입해 민간 잠수사와 2교대로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88수중 측도 “잠수사 피로도와 위험성이 높고 효율성도 없는 상태지만 범대본으로부터 수색 철수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수색은 계속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해경도 “일부 잠수사들의 발언이 보도됐지만 이는 한 두 명의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범대본과 88수중 측의 이 같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가 발을 빼기 위한 수순이 아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권오복 씨는 “수색 종료 보도에 가족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 찾지 못한 가족이 있는데 수색 종료가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지금 같은 상황으론 수색이 더 이상 힘들어지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오래 기다려온 가족들은 탈진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시신이 있을 것이라고 봤던 공간이 천장과 바닥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뒤라 가족들이 많이 충격 받은 상태”라고 팽목항의 분위기를 전했다.
진도=하태민기자 hamong@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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