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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0월 31일은 Halloween Day로 떠들썩하다. 어린이들이 떼지어 다니며 가가호호 방문해 “Trick or Treat”을 외친다. 각 가정에서는 준비해 놓은 과자와 초콜릿을 어린이들에게 준다.
그런데 이때 아이들이 외치는 이 어구를 따져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뭔가를 대접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장난 칠 거예요”의 뜻으로 말하는 것인데 제대로 하면 “Treat us, or we will trick you”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의미와 정반대 어순으로 굳어진 일종의 set phrase로 쓰인다.
일상 대화 도중 곧잘 말하는 “I see”도 그렇다. 이는 “나는 본다”는 뜻이 아니라 “알겠다(Now I understand it)”는 의미다. 그러니 “You see what?”이라고 되물을 수도 없다. 양념처럼 쓰이는 “you know”라는 어구도 “당신이 이것을 아느냐”는 뜻이 아니라 “있잖아요”으로 쓰이는 보조어일 뿐 실제 의미는 크지 않다. 이처럼 이미 굳어진 말은 실제 의미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이란 뜻의 어구다. 뜨거운 커피 한잔을 “a hot cup of coffee”라고 하는데 주의할 부분은 “a hot cup”이다. 즉 컵이 뜨겁다는 뜻이다. 사실은 “a cup of hot coffee”라고 했어야 정확한 표현이다. 온수기를 뜻하는 “A hot-water heater”도 따지면, 뜨거운 물을 데우는 난방기라는 뜻이다. 뜨거운 물을 또 데운단 말이 비논리적 표현으로 비친다. 미국에서 여름철에 실시하는 시간 변동제도 “daylight savings time”라고 부르는데 이 조치로 실제 시간이 절약되는 게 없는데도 마치 시간을 아끼는 것처럼 쓰이니 재미있는 표현이다. 가까스로 충돌을 면한 경우엔 “a near miss”라고 말하는데, “a near hit”라고 해야 더 논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표현은 머릿속의 잠재 의식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Sigmund Freud). kitchen(부엌)이라고 말 할 곳에 chicken(치킨)이라고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요즘에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서 단어가 재정립되는 경우도 많다. 집 전화를 “home phone”이라고 했었지만 이제는 유선 전화를 “land line”이라고 말해야 cell phone, IP phone등과 구별이 된다. cell phone도 근래에는 ‘전화기에 컴퓨터 기능이 강화된 것’이라는 의미에서 “smart phone”으로 부르게 되면서 구식의 초기 휴대전화는 feature phone으로 불리고 있다.
언어의 표현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변한다. 동시에 오래된 관용어구는 비논리적이기는 하지만 쓰이던 형태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니 이것도 영어공부의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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