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짜리 새 시설 벌써 엉망…2년 넘게 개관 지연, 올해도 불투명
2년 넘게 개관이 늦춰지고 있는 부산 남구 당곡공원의 ‘일제강제동원 역사기념관’이 부실투성이다. 2011년 8월부터 500여억원을 들여 지난 5월 15일 준공까지 한 이 시설은 아직 운영주체가 확정되지 않아 연내 개관마저 불투명하다.
22일 기자가 찾은 역사기념관은 올해 준공한 건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외관부터 곳곳에 결함이 드러나 있었다. 3층 건물 위쪽에 조성한 추모탑 부지는 두 군데나 내려앉아 싱크홀 같이 큰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임시 가림막이 덮어져 있었다.
순찰 중인 건물 관리자는 “지난 8월 25일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이곳이 내려앉아 기념관 3층 수장고와 서고에 빗물이 들어갔다”며 “다행히 수장고와 서고가 비어 있어 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새어 나온 빗물 때문에 군데군데 얼룩이 번져있었고, 건물 내부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모래자루와 벽돌로 임시 물가림막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추모탑 부지 옆에 조성한 전망대 바닥도 곳곳이 파손돼 벌써 타일이 뜯어져 있었다. 외부 계단과 건물이 연결된 곳에는 누수 탐지를 위해 물을 담아둔 곳도 있었다.
일제 당시 이뤄진 강제동원 실상을 알려 역사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이 기념관은 지하 4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2,000㎡(3,630평) 규모로, 부산시가 7만5,465㎡의 부지를 출연했고, 시설 건립에만 522억원의 국ㆍ시비가 들어갔다. 기념관은 당초 2011년 8월 착공해 2012년 12월 개관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지원이 지연되는 바람에 개관이 기약 없이 늦춰졌다.
사업주체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2012년까지 시설을 짓겠다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예산 배정에 소극적이었고, 해마다 찔끔찔끔 지원하는 바람에 공사가 멈추기 일쑤였다”며 “다음달까지 하자보수 공사를 모두 끝낼 계획이며 기념관을 운영할 관리ㆍ운영주체 선정도 조속히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강제동원 조사법)에 따라 안전행정부 산하에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운영을 맡기겠다는 입장만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은 최근 잇따라 부실공사 지적이 나오자 오는 24일 이사진들이 현장을 방문해 상태를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또 최근 야당이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기념관 문제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오는 27일 국감에서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어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한편 기념관 입지는 일제강점기 때 부산항이 강제 동원 출발지였고, 피해자의 22%가량이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점이 고려돼 2008년 9월 부산으로 정해졌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