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최고참 손민한(39)은 롯데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불렸다. 2001년 다승왕(15승)에 올랐고, 2005년 다승(18승)과 평균자책점(2.46) 타이틀을 휩쓸었다. 그러나 위용을 떨쳤던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1999년, 2000년, 2008년에 가을 야구를 했지만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8경기 출전 1승1패 평균자책점 5.40이다.
손민한은 2009년을 끝으로 1군 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어깨 수술과 서른 넷 나이를 감안할 때 현역 생활은 쉽지 않았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손민한은 지난해 NC와 신고 선수 계약을 하고 4년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긴 실전 공백 우려는 기우에 그칠 정도로 28경기에 나가 5승6패 3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불펜의 중심을 잡고 NC의 정규시즌 3위에 힘을 보탰다.
손민한은 오랜 만에 다시 가을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그는 “6년 만이다. 전에 있던 팀하고 느낌이 다르다”며 “왠지 더 자신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손민한은 “경험이 많다고 꼭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너무 잘하려고 하니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고 불리한 승부를 펼치게 됐다. 그래서 편하게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손민한은 실제 1차전에 나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가을 악몽’을 떨칠 채비를 마쳤다.
NC는 다음 시즌부터 신생팀 혜택이 끝나 기존 구단처럼 외국인선수 3명 보유 2명 출전 규정을 받는다. 올 시즌까지는 4명 보유 3명 출전이 적용된다. 그래서 손민한은 이번 포스트시즌이 또 하나의 전설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이혜천, 원종현, 김진성 등 후배 불펜 투수들의 분발을 바랐다.
LG 불펜의 꼭지점에 있는 봉중근(34)도 가을 야구에서 한 차례 큰 상처를 입었다. 2007년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후 지난해 6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나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3경기 등판해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57을 찍었다. 특히 마지막 4차전에서 1-2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라 두산 최준석에게 솔로포, 오재일에게 3루타를 얻어맞는 등 고개를 숙였다. 팀은 11년 만의 가을 잔치를 1승3패로 허무하게 끝냈다.
봉중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준비 기간이 길어 템포가 끊기고, 투수들도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현재 컨디션도 좋아 지난해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1차전은 13-4 대승으로 끝나면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봉중근은 “세이브 상황이 안 왔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매 경기 등판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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