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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의 반격, 연금개혁으로 개헌론 제압 '이중 포석'

입력
2014.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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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닷새 지나서야 공식 반응 밝혀 "그동안 내부 조율" 분석에 무게

朴 대통령, 김무성에 분노·불신 커져, 표현 수위 예상 뛰어넘는 직격탄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하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박수 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하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박수 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청와대가 21일 공무원연금 개혁의 화두를 꺼낸 것은 이중포석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실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박근혜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만들기 위한 드라이브의 성격과 함께 ‘미래권력’으로 부상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제압하기 위한 의도가 동시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외견상 개헌과 연금개혁은 아무런 상관없는 이슈처럼 보이지만 연금개혁이 추진되는 동안 개헌론은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의 행보에 대한 ‘옐로카드’

청와대의 역습은 김 대표가 중국 출장 중인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논의가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언급한 지 5일 만이다. 김 대표가 귀국 직후 박 대통령에게 ‘꼬랑지’를 내리며 사과한 시점으로는 나흘만이다. 청와대의 공식 반응이 이처럼 뒤늦게 나왔다는 점에서는 내부적 조율을 거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더구나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의 수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다. 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에 줄곧 불편한 긴장이 흘렀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처럼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겨냥한 것도 처음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그 만큼 커졌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가 17일 당내 회의에서 “개헌을 얘기한 것은 저의 불찰이었다. 대통령께 사과 드린다”고 물러섰지만, 김 대표가 의도적으로 ‘치고 빠지기’수법을 쓴 것으로 보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기류다. 17일 김 대표의 사과 소식을 접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일방적으로 질러 놓고 사과하면 곧바로 없던 일이 되느냐”며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다.

청와대가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김 대표가 언제든지 개헌론으로 권력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은 경제의 블랙홀’이라고 쐐기를 박았다는데도 김 대표가 개헌론으로 도발한 것을 보면 김 대표는 언제든지 개헌론에 불을 지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갈등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추론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청와대의 제동력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당청 간 긴밀한 협조가 불가결한 정기국회 와중에 청와대가 당대표를 제압하려는 모습이 마냥 청와대 입지를 강화시키지는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19일 고위 당정청 회동에 이어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를 선언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선거를 앞두고 10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처리에 미온적인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도부에서도 공기업ㆍ규제개혁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시한을 내년 4월 임시국회로 잡고 있는 터여서 연내 처리에 대한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실제 수 년 째 진척이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관철시켜 최대 치적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복안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혈세 먹는 하마’로까지 불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은 상황을 이용한다면 집권 2년 차인 지금이 개혁안을 처리할 적기라는 데도 청와대 참모진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정치권의 개헌 주장과 달리 최근 국민 여론은 다소 냉담하다는 점도 연금개혁을 이용해 개헌론 제압에 나선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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