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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달러… 더 복잡해진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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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달러… 더 복잡해진 환율전쟁

입력
2014.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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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외한 모든 통화가 약세, 통화 경쟁력 제고가 최대 관건

EUㆍ日, 양적완화 카드 만지작 / 美, 강달러 억제 움직임도 변수

"원ㆍ달러보다 실효환율 더 중요"

글로벌 경제가 지난 10여년과는 다른 새로운 환율전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장기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환율갈등은 약(弱)달러 환경에서 각국이 미 달러화를 상대로 벌인 자국통화의 강세 저지 경쟁이었다. 반면 최근 고조되는 환율전쟁은 주어진 달러강세 기조를 어떻게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만드느냐가 초점이다. 환경이 정반대로 바뀐 만큼 신경 쓸 대상도, 구사할 작전도 대폭 늘어난 상황. 우리의 대응 답안지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줄곧 80선에 머물던 달러인덱스(세계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7월 들어 급등하기 시작, 이달 초 87선까지 육박했다. 최근 기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슈퍼달러 시대’라는 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달러는 거의 모든 통화에 강세를 띠고 있다.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환율은 각국 경제정책의 1호 관리 아이템. 2002년부터 달러가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이후, 각국은 자국 통화가치가 달러에 대비해 단기 급등할 때마다 외환시장 개입 등을 통해 경쟁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곤 했다.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설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매번 ‘경쟁적인 통화절하 정책을 지양하자’며 주기적으로 환율전쟁 휴전 선언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등에 업고 달러가 나 홀로 독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전히 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나머지 국가들은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줄 달러 강세 현상을 반겨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달러 외 모든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른 국가보다 더 통화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벌써 2년 넘게 노골적인 통화약세를 유도 중인 일본은 최근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흔들고 있고, EU 역시 디플레이션 탈출을 명분으로 양적완화 시행을 시사했다. 달라진 외부 환경에 자체적인 작전을 더해 두 배의 통화약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31개 주요통화의 상당수가 달러는 물론, 유로 및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띠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통화 공룡들의 공세에 향후 환율전쟁 양상은 훨씬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이 독자적인 통화완화 조치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글로벌 주요통화 국가(G10) 외의 아시아 및 동유럽 신흥국들이 환율전쟁에 따라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우리로선 기축통화국 뿐만 아니라, 여타 수출 경쟁국들의 정책 동향까지 일일이 살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다만 신흥국들의 지나친 통화완화는 급격한 환율변동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미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강달러가 부담스러운 미국 역시 최근 재차 환율전쟁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 연기나 추가적인 양적완화 실시를 통해 강달러를 억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최근 “유럽과 아시아는 경쟁적 평가절하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구두경고를 한 데 이어, 지난주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독일 등을 실명 거론하며 추가절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원ㆍ달러 환율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전체 교역상대국과 비교한 실효환율이 중요해질 것이란 진단이 적지 않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앞으로 각국은 대미 환율보다 실효환율 동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환율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 정책까지 두루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환율 방정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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