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민주화를 요구하며 3주 넘게 거리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 시위대 대표들과 21일 밤 홍콩과학아카데미에서 첫 공식 대화를 가졌다. 양측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홍콩 정부는 여론을 중앙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TV로 생중계된 이날 대화에는 시위대쪽에서 대학생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의 알렉스 차우 비서장이, 정부쪽에서는 홍콩 정부 2인자인 캐리 람 정무사장이 대표를 맡아 양측에서 5명씩 참가했다.
캐리 람 정무사장은 “홍콩은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중국’의 특별행정구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시위의 중단을 요구했다. 알렉스 차우 등 학생 대표들은 “홍콩인은 민주주의를 위해 30여년 싸워 왔고 우리는 시대가 선택한 세대”라며 “정부는 왜 우리의 미래를 죽이고 수천 년의 죄인이 되려 하느냐”고 반박했다. 학생 대표들은 일정한 숫자의 주민 지지를 얻으면 누구라도 입후보할 수 있는 ‘주민추천제’를 도입하면 점거 시위를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람 정무사장은 다가올 선거는 추천위원회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는 사람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최근 결정과 홍콩기본법에 따라 진행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2017년 직선제 안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라며 “정부는 민의를 반영한 보고서를 어떻게 만들어 중앙정부에 낼 지 고민 중”이라고 말해 일부 양보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뉴욕타임스 등 서구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위대의 요구대로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일반 시민들이 추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결국 인구의 절반인 빈곤층이 선거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반발을 샀다.
렁 장관은 또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은 행운”이라며 시위대를 향해 “중국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렁 장관도 “후보추천위 구성을 좀 더 민주적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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