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21일 부실시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고 현장에서 환풍구 덮개를 지탱하고 있던 받침대(지지대)에 대한 하중 실험을 실시했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후 2시 크레인 1대를 동원해 사고현장에 남아있는 3m 가량 길이의 받침대 1개를 도르래에 연결한 뒤 아래로 잡아당겨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했다. 사고 당시 환풍구 위에 있던 40여명의 합산 무게와 환풍구 덮개 받침대가 견디는 하중 등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실험이 시작되자 I자형 받침대는 2~3분만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V자로 휘어졌다. 계속 힘이 가해지자 받침대 양쪽 시멘트 벽면에 고정된 앵커볼트 가운데 한쪽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뭉치째 떨어져 나갔다. 환풍구 외곽을 두르고 있는 또 다른 철제 구조물도 앵커볼트가 떨어져나간 충격에 길게 찢겨졌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이미 외부 압력으로 받침대와 앵커볼트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날 실험 측정값 등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하중값을 감가상각해 산출할 계획이다. 또 구조 및 설비 분석, 붕괴된 구조물 잔해 및 용접 감식 등 앞서 2차례에 걸친 감식 결과를 포함해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해 수사본부에 통보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환풍구 덮개 시설에 대한 별도 안전기준은 없지만 국토부가 최근 환풍구도 지붕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음에 따라 지붕 기준을 적용할 경우 ㎡당 100k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국과수 김진표 법안전과장은 “감식 결과는 이르면 금요일(24일)쯤 수사본부에 통보될 것”이라며 “수사 결과와는 별도로 이번 실험 결과는 향후 안전대책을 수립하는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하중 실험 외에도 사고 관련자 소환 조사와 압수물 분석도 계속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데일리, 행사 하청업체 플랜박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성남시청 등 행사 관계자와 건물 시공사, 환풍구 시공 하청업체를 포함한 시설 관련자 등 모두 30여 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법인 계좌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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