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재미 더하는 ‘MOON의 승부수 시리즈’
사령탑들의 지략 싸움은 단기전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2008~09년 SK, 두산을 각각 이끌던 김성근(72) 감독의 ‘데이터 야구’와 김경문(56) 감독의 ‘발 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 정면 충돌하며 매 경기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는 절친 사령탑의 머리 싸움이 흥미롭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대학 때 배터리 호흡을 이루기도 했던 김경문 NC 감독과 양상문(53) LG 감독이 외나무 다리에서 ‘극과 극 야구’로 승부수를 띄웠다.
두산 시절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시즌 동안 6차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 감독은 4년 만에 막내 구단 NC를 이끌고 다시 가을 잔치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과감히 파격 카드를 꺼냈다.
시즌 내내 중견수, 우익수로 뛰던 나성범과 이종욱의 포지션을 서로 바꿨다. 새 포지션 적응을 위한 연습 기간이 얼마 없었지만 선수의 장점과 스타 기질을 믿고 내린 결정이다. 나성범은 강한 어깨, 이종욱은 넓은 수비 폭을 자랑한다. 비록 1차전에서 이들이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김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또한 김 감독은 마운드의 변칙 운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삼성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선발 요원 에릭 해커-태드 웨버-이재학을 한 경기에 모두 투입하는 실험을 했다. 이는 포스트시즌에서 구상해 볼 수 있는 선발 투수 1+1 전략이다. 양 감독은 이튿날 “NC의 투수 운용을 보고 저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김 감독은 1차전 선발 이재학이 1회부터 흔들리자 곧바로 웨버를 올렸다. 김 감독은 2, 3차전 선발 투수로 찰리 쉬렉과 에릭을 내세운 다음 상황에 따라 투구 수가 적었던 이재학의 중간 계투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맞서는 양 감독은 5월13일부터 팀을 이끌어 한때 최하위까지 처진 팀을 수습해 4강행 막차를 탔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김 감독과 달리 양 감독은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이다. 롯데(2004~05년)를 이끌 때는 팀이 리빌딩에 주력하던 시점이라 가을 야구를 못했다.
양 감독은 파격 승부수가 아닌 역으로 정공법을 택했다. 큰 틀에서 정규시즌과 비슷한 마운드 운용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길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팀들은 최대 17경기를 해야 한다”며 “일정을 생각해 총력전을 펼칠 경기와 아닌 경기를 구분하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1차전에서 선발 류제국의 갑작스러운 헤드샷 퇴장이라는 변수를 맞았지만 막강 불펜을 앞세워 침착하게 막았다. 윤지웅과 신재웅으로 NC의 반격을 막은 이후 중간 투수들을 잇달아 마운드에 올려 실전 감각을 키우도록 했다. 투구 수도 10~20개 사이로 끊어줬다. 양 감독은 “갑작스러운 퇴장이었지만 오히려 불펜 투수들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한 차례 던진 것이 다음 경기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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