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바탕 공생이 기업 생존에 필수, 임직원에겐 주인의식 가지게 해야"
"갑자기 통일 닥치면 시간 없다, 인프라ㆍ사회보장 준비할 때" 조언도

“협력업체를 쥐어짜기만 해서는 성공도 혁신도 이룰 수 없습니다. 협력업체는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며 그럴 경우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조 케저 독일 지멘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혁명포럼(회장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창립 기념 제1차 해외전문가 초청특강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지난해 지멘스 회장에 취임한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케저 회장은 “1990년 대 말까지 자동차 회사들을 비롯한 독일 제조업체들도 납품 대금 등 각종 대우에 있어서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관행이 있었다”며 “그러나 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대기업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과 함께 생존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기술력이 꼭 필요하며 이들과 공생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케저 회장은 독일 통일 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통일과 그 이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1990년 동독과 서독의 통일은 아무런 준비도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졌다”며 “한국의 통일도 막상 닥치면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들은 북한에 대한 인프라 구축, 농업 개혁, 금융시스템 도입, 단일 통화 통합, 의료 시스템 제공 방안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서독 통일 3개월 후 1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1994년에는 약 64%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남북 통일 후 새로운 현실에 충격을 받게 될 이들에게 사회보장 지원이 크게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저 회장은 “지멘스는 빌리 브란트 독일 전 총리의 ‘동포는 함께 성장할 것이다(what belongs together will grow together)’라는 명언을 마음에 새기고 1991년 동독 지역에서만 2만명 넘게 신규 채용해 동독에 11개 생산시설과 12개 교육센터를 세워 기술 수준을 높이는데 힘 썼다”며 “서독과 직원 교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청년층의 기업 참여 활동 장려하기 위해 청년 프로그램과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의 성공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내 회사의 일’이라는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 지멘스 주식을 갖도록 하는 것도 이를 위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지멘스 임직원 36만명 중 14만명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고,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임직원이 회사의 주주가 되면 본인의 고용 안전을 위해서라도 회사가 오랫동안 생존하는데 관심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케저 회장은 지멘스가 현재 삼성물산, 한화건설, 현대건설 등 우리나라 종합설계시공(EPC) 업체와 협력해 전 세계에서 11조원이 넘는 거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국의 산업 업그레이드와 한국 통일 이후 인프라 및 에너지, 산업 자동화 등에서 강력한 파트너가 되고 싶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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