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시작됐거나 2년ㆍ4년 된 단지
전세물량 많이 나와 가격 낮출 여지
서울 월세전환율 7.3%, 하락 추세
반전세 전환 때 금액 흥정해볼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으로 인해 집 없는 세입자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평균 1,277만원이 올랐다. 2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재계약시 전세보증금을 평균 2,500만원 가량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근 기준금리 추가인하로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입주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서울 강남 일대의 재건축 이주 수요마저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내년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전세 거주를 계속하려는 이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할 수 없는 노릇. 전세대란 시대에 떳떳한 세입자로 살아남기 위한 조언들을 들어봤다.
▦경기권 아파트 0,2,4 법칙
통계청에 따르면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1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서울에서 경기지역으로 옮긴 인구는 약 129만명, 인천으로 이사한 인구는 18만여명에 달한다. 통계청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른바 전세난민, 즉 전셋값 부담으로 수도권 외곽에 집을 사거나 새 전셋집을 얻어 이사한 사람들로 본다. 이런 까닭에 올 들어 8월까지 인천과 경기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4.81%와 3.47%로 서울(3.22%)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경기, 인천 지역으로의 이주를 택한다면 ‘0,2,4’법칙을 고려하라고 충고한다.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됐거나(0), 입주 후 2년 혹은 4년 정도가 된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공략해보라는 것. 이 곳들은 상대적으로 전세 물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아 품귀 현상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입주 후 2년이나 4년 정도가 되면 통상적으로 전세 재계약으로 인해 시장으로 나오는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을 흥정해볼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싼 대출 없을까?
갑자기 수 천 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려면 어쩔 수 없이 금융권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조86억원으로 작년 말(10조5,509억원)보다 3조4,577억원(32.8%)이 늘었다고 한다.
전세자금 대출은 취급기관이나 상품마다 대출이자 등이 달라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정부 기금인 국민주택기금으로 만든 상품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가 받을 수 있는데, 대출이자는 연 2~3% 수준이다. 부부의 연 소득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금리가 연 3.3%에 불과한 근로자 서민 전세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다소 높은 대신 소득 등의 제한이 없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연 3.52% 수준이다. 보통 0.3%포인트 정도의 보증수수료가 붙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금리는 조금 더 올라간다.
▦피할 수 없다면‘반전세’라도
전세아파트를 구하기 힘들거나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고집한다면, 월세 규모를 최대한 줄여 반전세(보증부월세) 계약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보증금과 1년치 월세의 비율을 뜻하는 월세전환율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을 1,000만원 내리는 대신 월세를 10만원 받기로 했다면 1년치 월세가 120만원 늘어나므로 월세전환율은 12%다.
이 때 세입자는 월세전환율이 전세와 달리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그만큼 공급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공개한 올해 2분기 서울 시내 전월세 주택의 평균 월세전환율은 7.3%로 1분기(7.7%)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문제는 실제 거래를 할 때 이 같은 공식보다 더 높은 월세가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월세는 공급이 늘고 금리도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 흥정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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