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훙치(紅旗)가 다음달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고 전 세계엔 중국산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베이징(北京)교통위원회는 APEC 교통서비스 관련 회의를 열고 의전차량 대다수를 훙치 등의 국산차로 결정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21일 밝혔다. 베이징현대차의 합작사인 베이치(北氣)도 의전차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총 2,654대의 중국산 자동차가 APEC 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귀빈 2만여명에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는 판매가가 600만 위안(약 10억5,000만원)에 달하는 훙치 L5도 포함됐다. 방탄 기능을 갖춘 길이 5m의 고급 승용차로, 지난해 4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부터 의전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도 이 차가 제공됐다.
훙치는 1958년 중국 중앙 정부가 국경절 10주년(1959년10월1일) 때 쓸 승용차를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인 이치(一氣)에게 만들 것을 지시하자, 이치가 클라이슬러 승용차를 참고로 해 제작한 차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역대 최고지도자가 톈안먼(天安門) 앞에서 군대를 사열할 때 줄곧 사용됐다. 그러나 연료 소비량이 많고 차체가 커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했다가 최근 문제점을 개선, 다시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反)부패 투쟁과 사치근절 등을 이유로 한 수입 브랜드 관용차 사용 금지 등에 따라 최근 관용차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공무용 차량을 훙치로 바꿨다.
그러나 각국 정상이 최종적으로 어떤 차를 타게 될 지는 미지수다. 한 외교소식통은 “각국 정상이 탈 차는 보안 상 이유로 마지막까지도 비밀”이라며 “미국 등 일부 국가 대통령은 직접 공수해온 차만 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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