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를 문 체 게바라와 파블로 피카소 등의 흑백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스위스의 사진 거장 르네 뷔리가 20일 향년 81세로 사망했다.
세계적 보도사진 작가 그룹인 매그넘은 암으로 투병하던 뷔리가 이날 취리히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마틴 파 매그넘 회장은 “뷔리는 전후의 위대한 사진가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만나 영광이라고 느꼈을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었다”라면서 “매그넘에 대한 헌신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우리를 즐겁게 하는 비길 데 없는 능력이 그의 유산이다”이라고 애도했다.
뷔리는 13살이던 1946년에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스위스를 방문해 카퍼레이드를 하자 아버지의 카메라로 처칠의 모습을 찍으며 사진에 발을 들였다.
1956년 매그넘에 합류한 뷔리는 1963년 쿠바 혁명기에 시가를 피우며 상념에 잠긴 듯한 체 게바라의 모습을 찍어 이름을 널리 알렸다. 뷔리는 이후 체 게바라에 대해 “오만한 사람이지만 매력이 있었다”며 “우리에 갇힌 호랑이 같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뷔리는 이 밖에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낸 피델 카스트로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의 사진을 연달아 촬영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유명인사의 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불도저처럼 덤벼들면 안 된다”면서 섬세한 접근을 강조했다.
뷔리는 중동과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취재활동을 해 라이프지, 뉴욕타임스, 파리마치 등에 사진을 싣기도 했다. 그가 남긴 3만여장의 사진은 스위스 로잔의 엘리제 사진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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