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번성했으나 쇠락해버린 미국 중부지역 철강도시에서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20일 인디애나 주 북서부 게리 시에서 무참히 살해된 여성 시신 7구가 발견됐으며, 이들을 연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흑인 용의자 대런 디언 밴(43)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인디애나 주 경찰은 당초 모텔에서 목이 졸려 숨진 애프릭카 하디(19ㆍ여)의 살해 용의자로 밴을 체포해 조사하다가, 연쇄 살인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밴은 이달 17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남동쪽으로 30마일(50㎞) 떨어진 해먼드의 한 모텔에서 인터넷 알선 성매매로 만난 하디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경찰에 붙잡힌 뒤 “추가 살인 사건이 있다”며 순순히 여죄를 자백했다.
밴의 자백에 따라 경찰은 18, 19일 해먼드에서 북쪽으로 10마일(16㎞) 떨어진 게리 지역의 버려진 가옥 4채에서 시신 6구를 더 찾았다. 한 집에서 시신 3구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시신만 7구로, 밴이 20년 전 해먼드에서 발생해 미제로 남은 살인 사건 두 건마저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다면 연쇄살인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결과, 밴은 시카고에 기반을 둔 인터넷 성매매 주선 업체의 소개로 하디를 만나 성관계를 하려고 모텔로 갔다. 만남을 주선한 성매매 업체 관계자는 밴으로부터 수상한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하디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인을 모텔로 보냈다. 하디의 주검을 확인한 이 지인을 통해 밴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경찰은 이튿날 가택ㆍ차량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게리에서 밴을 검거했다.
7구의 시신 중 신원이 밝혀진 이는 하디를 비롯해 이달 8일 실종돼 역시 목 졸려 살해된 애니스 존스(35), 티아라 베이티(28), 크리스틴 윌리엄스(36) 등 4명이다. 경찰은 하디와 존스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일부 시신은 부패가 심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맥더머트 해먼드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밴이 1994년 또는 1995년 해먼드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혐의도 인정했다”며 그를 연쇄 살인범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밴이 살인 혐의를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적인 것과 관련, 재판에서 형량을 낮춰보려는 속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출신인 밴은 6년전 텍사스 주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93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거주할 때에도 혐의가 알려지지 않은 죄목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밴은 2008년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에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받았으며 2013년 7월 출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건이 발생한 게리 지역에 대해 철강경기가 호황일 때는 인구가 17만8,000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수십 년간 불황이 이어지면서 인구가 7만명대로 감소하고 빈곤율은 40%대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시내 곳곳에 주인이
떠나 버려진 폐가가 수 천 채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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