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 관리사인 그는 대머리였다. 가계의 전통을 어쩌지 못했지만 그래도 머리카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멋졌다. 출산 후 심각한 탈모에 시달리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두피 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었다. 머리를 감은 후에 찬바람으로 가볍게 말리고 손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주고 건강관리에 신경 쓰라고 했다. 다이어트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가장 먼저 영양을 빼앗기고 가장 나중에 영양분이 공급되는 곳이 신체 중에 머리카락이라고 했다. 가늘고 힘없는 내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빗어 내리고, 두피 상태가 좋지 못하다며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에센스를 발라주기도 했다. 그의 손길이 닿자 머릿속이 시원해지고 가닥가닥 스타일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그랬다기 보다는 기분이 그랬다. 물론 커트 비용은 매우 비쌌다.
그는 머리카락을 정중히 대했다. 손님의 그것이어서가 아니라 머리카락과 대화를 하는 듯했다. ‘애정한다’는 이상한 표현을 쓰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딱 그것이었다. 서비스 정신이 살아 있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았다. 마감시간이었는데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애정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전문가, 프로페셔널이라는 표현이 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 자신의 행복이기도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