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등급 변별력 높지만 기준선정 힘들고 5등급 학교서 쓰지만 실력 못 가려
대학들이 다른 영어시험 만들수도… 수능은 자격만 따지고 학생부 살펴야
이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정부가 도입 검토 중인 영어영역 절대평가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4~5등급이나 9등급제가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기대한 사교육 절감 효과는 영어 외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에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0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서울 중구 평가원에서 열린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방안 모색’이란 주제로 발표한 중앙대 교육학과 강태중 교수는 “수능이 대입 전형자료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별력이 없는 2~3등급 보다는 4~5등급을 도입하거나 이미 운영 중인 9등급제와 맞추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지만 교육부가 공식화한 것은 이번 공청회가 처음이다.
박찬호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9등급제는 변별력 확보에 유리하지만 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분할 점수 산출이 쉽지 않고, 4~5등급제는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장ㆍ단점을 설명했다. 그는 등급 구분 점수를 정하는 방식과 관련해 ▦고정분할 방식 ▦내용분석 재설정 방식 ▦혼합 방식 등을 제시했다.
고정분할 방식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A, 80~90점은 B, 70~80점은 C 등 미리 정한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현재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취평가제와 비슷하다. 다만 특정 등급에 수험생이 몰릴 수 있고, 왜 A,B 등급을 나누는 기준을 90점으로 해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내용분석 방식은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기준 점수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매년 난이도에 따라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박 교수는 “시험 결과를 참고해 2∼3점 범위에서 분할 점수를 조정하는 혼합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사교육 문제와 관련해선 풍선효과로 인해 학부모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토론에 참여한 상계고 최은경 교사는 “수학의 변별력이 더욱 중요해져 수학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 과목의 절대평가 도입만으론 사교육비 절감,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별도의 영어시험을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은 “현재 금지된 공인영어시험 성적, 영어 관련 교외 수상 실적 등을 대학들이 요구하거나, 영어 면접ㆍ논술을 전형에 도입할 수 있다”며 “절대평가 전환 취지를 살릴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한 토론자들은 부모의 경제적 격차가 자녀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폐단을 줄이기 위해 수능은 전 영역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해 자격고사 형태로 가고, 학교생활 중심으로 학생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태중 교수는 “상대평가는 학생들이 정형화한 시험 문제를 반복 학습하는 최악의 학교 교육을 낳았다”며 “절대평가는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달 24일 전남대, 2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후속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올해 12월쯤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여부 등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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