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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한 정황 포착" VS "팽씨의 단독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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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한 정황 포착" VS "팽씨의 단독 범행"

입력
2014.10.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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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로비 폭로 압박하자 단행" 檢, 살해 이유 등 설명하는 데 주력

"차용증 신뢰 안 돼… 살해 이유 없어" 변호인 측, 팽씨의 강도 살인 주장

“피고인 김형식은 피해자 송모씨로부터 빌딩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1년 사이 5억2,000만원의 로비자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청탁을 들어줄 수 없었고, 피해자가 로비사실을 폭로해버리겠다고 압박하자 친구인 팽모씨를 시켜 피해자를 살해한 것입니다.”(검사)

“해당 빌딩은 용도 변경 없이도 인허가만 받아내면 언제든지 호텔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이를 몰랐을 리 없고, 초선에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일개 시의원에게 그런 어려운 일을 부탁할 이유도 없습니다.”(변호인)

20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제406호 법정.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청부살인사건 국민참여재판의 첫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과 김 의원의 변호인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1시간 가량의 모두 진술을 통해 김 의원이 왜 피해자 송씨를 살해하려고 했는지, 팽씨가 왜 김 의원의 살해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개혁, 청렴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온 김 의원이 로비 사실이 폭로되면 사회적으로 매장될 게 두려워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팽씨는 빚 7,000만원을 탕감해주고 가족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김 의원의 제안을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됐다는 게 검찰측 변론 요지였다.

검찰은 이날 청부살해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심원들을 향해 “김 의원은 팽씨가 중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기 전까지 공중전화로 10여 차례 통화했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신 없을 때 공중전화를 찾아 다니며 팽씨에게 전화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검찰은 또 ‘이번 주까지 정리하겠다. 오늘 안 되면 내일 하고 안 되면 모레 하고 어떻게든 정리하겠다’ 등 팽씨가 김 의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도 배심원단에 제시했다.

반면 변호인은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으며 팽씨는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이 피해자로부터 5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부터 집중 공략했다. 변호인은 “차용증이 있다고 하는데, 차용증의 기초가 되는 피해자의 금전출납부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 사소한 것들까지 세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정작 여러 송사를 거친 피해자는 변호사 수임료 등 큰 돈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빈틈을 파고 들었다. 또 팽씨가 살해도구로 사용한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설명하면서 “보통 손도끼는 금고 등을 부수는 용도로 쓰인다. 계획된 살인이었다면 칼과 같은 흉기를 썼을 것”이라며 단순 강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변호인은 또 직접 노란색 수건을 들고 나와 보여주면서 “피해자 송씨가 피살된 당일 김 의원의 부탁을 받고 지역 산악회 협찬용으로 만들어준 것인데, 로비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김 의원을 압박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한편 피고인석에 앉은 김 의원은 대체로 표정 변화 없이 양측의 변론 내용을 메모해가며 차분히 재판에 임했다. 오랜 친구인 팽씨가 법정에 들어설 때에는 그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이 참석한 가운데 27일까지 매일 열릴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이 일주일 간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은?

올해 3월 3일 강서구 재력가로 알려진 송모씨가 본인 소유의 빌딩에서 둔기에 머리를 수 차례 맞아 숨진 사건이다. 송씨를 살해한 팽모씨가 서울시의회 김형식 의원이 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직 시의원이 연루된 청부살해 사건으로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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