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신설… 광주와 두집살림, 채용 지원자 2배 늘고 수준도 높아져
직원에 새집 마련 자금 지원, 주말엔 가족상봉 버스도 운영
2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는 산뜻한 캐주얼 차림의 젊은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연구지원팀 장경준 수석연구원은 “광주광역시 공장에 연구소가 있을 때는 생산직 직원들처럼 근무복을 입어야 했지만 용인으로 이사 온 뒤로는 자율 복장”이라며 “젊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대화 나누는 연구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무실 중간 복도를 없애는 대신 회의실을 만들고 사무실 곳곳에도 테이블을 많이 놓았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연구소는 지난해 9월 1,000억 원을 들여 지은 중앙연구소를 열며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용인의 중앙연구소는 새 제품 개발, 핵심 기술ㆍ기초 연구를 맡고, 광주연구소는 제품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미래를 위한 연구소 투자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2012년 회사 상황이 나아지자마자 2009년 워크아웃으로 멈췄던 연구소 공사 재개부터 지시할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초 연구소 이원화를 부담스러워 하는 직원도 많았다. 상당수 직원이 광주가 생활 터전이라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광주에서 살던 약 106㎡(32평) 아파트를 팔아도 용인의 약 79㎡(24평) 전셋집도 얻기 힘들 만큼 생활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가 수도권에 새 둥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방에서는 연구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 장경준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요기업 중앙연구소 실장들 모임에 참석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젊은 인력이 수도권 연구소만 찾는다며 답답해했다”며 “비수도권의 경우 연봉이 높아도 2,3년을 못 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속출한다”고 전했다.
수도권으로 옮긴 효과는 올해 1, 7월에 실시한 인력 채용 때 곧바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 전과 비교해 지원자가 2배 가까이 늘었고 선발된 인원의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사 당시 200명 정도였던 중앙연구소 연구 인력은 300명을 넘었고, 광주 연구소까지 합하면 400명 이상이다. 회사는 또 2017년까지 중앙연구소, 광주연구소, 미국, 중국, 유럽 연구소의 연구 인력을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수도권 대학들도 취업설명회 참가를 요청하거나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는 제안을 많이 하고 있고, 연구소도 올해 4월, 9월 대학생 초청행사를 여는 등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 화성의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 용인의 현대모비스, 르노삼성 등 자동차 회사 연구소도 인접해 있어 공동 연구 개발도 훨씬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용인에 새 집을 마련하는 직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금요일과 월요일 용인-광주를 오가는 ‘가족 상봉 버스’를 운영하는 등 광주에서 옮겨 온 직원들의 새 집 적응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용인=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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