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 다음날인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야외공연에서 사회자는 거듭 안전을 당부했다. 10대 소녀팬 등 5,000여 명의 관객들에게 “질서를 안 지키면 오빠들이 안 나온다”며 수시로 안전을 강조했다. 주말을 맞아 열린 전국의 다른 공연장에서도 안내 방송과 함께 곳곳에 안전요원들이 배치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판교 사고의 학습 효과인 이런 질서의식이 언제까지 오롯이 유지될 수 있을지 안심하기 어렵다.
대형공연은 그나마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나은 편이다. 16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판교 테크노밸리축제 등 소규모 공연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안전요원 배치나 비상구 설치 등을 규정한 현행 ‘공연장 안전 매뉴얼’은 실내공연이나 3,000명 이상 모이는 야외행사가 대상이다. 3,000명 이하가 참석하는 야외공연은 안전과 관련해 지켜야 할 아무런 규정이 없는 셈이다. 아이돌 그룹이나 유명 연예인이 뜨면 인파가 갑자기 몰리면서 언제라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행정당국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있다.
중소 규모 야외공연이나 지역축제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안전문제를 이대로 외면해도 되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의 달’을 맞아 이 달에만 전국에서 1,200여 개의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부분은 각 지자체가 졸속으로 준비한 소규모 공연이어서 안전 매뉴얼도 없고 안전요원도 준비돼 있지 않다. 대개 지자체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10월 11명이 사망한 경북 상주 자전거축제 압사 사고와 2009년 2월 6명이 숨진 경남 창녕 화왕산 억새축제 화재 사고 등도 모두 안전대책이 미흡해 발생한 인재였다.
중소형 공연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책임을 놓고 부처간 떠넘기기도 자주 일어난다. 이번 참사가 나자 주최측은 물론 경기도와 성남시, 경찰과 소방서 등 관련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조사한 결과, 50.9%가 ‘매우 부족하다’, 44.1%가 ‘다소 부족하다’고 답했다. 실태조사에서도 승용차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다(67.5%), 비상구 없는 노래방을 그냥 이용한다(81.9%), 소화기 사용 실습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31.1%)고 응답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사회 안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시민 개개인의 책임 또한 무겁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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