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수·구획 점수가 쟁점, '수능 전체로 확대' 주장도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에서 절대평가 도입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며 절대평가 도입을 공식화했다.
공청회에서는 학생의 교과 숙달 정도를 평가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영어영역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수능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20일 서울 중구 평가원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방안 모색' 정책연구안을 발표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2017학년도나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계획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지만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절대평가 도입을 밝힌 것은 이번 공청회가 처음이다.
교육부의 정책연구를 맡은 강 교수는 공청회에서 우선 수능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기준은 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전제로 절대평가 방안은 크게 몇 개 등급으로 성취도를 표시할 것인가, 등급을 나누기 위한 구획 점수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등이 쟁점사항이라고 정리했다.
강 교수는 생각해볼 수 있는 등급 안으로 4∼5개 등급 안과 9개 등급 안을 제시했다.
4∼5개 등급 안의 바탕에 놓인 논리는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등급별 성취수준을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를 살리려면 등급 수는 많아야 5개 정도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9개 등급 안은 현재 수능의 다른 영역의 등급 수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반영됐다.
강 교수는 "등급 수 결정은 '절대평가'라는 정책 지향을 얼마나 완고하게 추구하느냐에 달렸다"라며 "9개 등급 안을 채택한다면 절대평가의 취지를 온전하게 관철하기보다는 기존 수능의 상대평가 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 과도적 절충을 시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능체제 개편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교육의 목표는 1등 하는 학생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교과 숙달에 이르게 하는 데 있다"며 "이 점에서 '절대평가'는 영어영역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찬호 계명대 교수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점수체제 탐색'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분할 점수와 등급 수 문제를 검토했다.
분할 점수는 응시자가 받은 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점수로, 박 교수는 우선 고정 분할 점수 방식을 살폈다.
고정 분할 점수 방식은 100점 만점에 90, 80, 70, 60점을 분할 점수로 미리 정해 그 점수에 따라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중학교에서 시행하는 성취평가제가 그 사례다.
박 교수는 미리 정해진 분할 점수가 성취기준에 따른 등급을 구분할 기준이 되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취 수준이 같더라도 시험 난도에 따라 다른 등급을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시험의 결과를 참조해 2∼3점의 범위에서 분할 점수를 조정하는 혼합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급 수 문제에서는 9개 등급, 4∼5개 등급, 2∼3개 등급 등 3개안을 검토했다.
박 교수는 9개 등급 안에 대해 현재 9개 등급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9개 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분할 점수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4∼5개 등급 안은 학교 현장에서 예전부터 사용하던 방식으로 학교나 학생들에게 거부감이 덜할 수 있으나 대학이 우수 학생을 가리기 위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장·단점을 분석했다.
2∼3개 등급은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로 활용한다고 할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안으로, 추가적인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입에서 고교 내신성적 등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절대평가는 학생들간 경쟁을 조장하는 현재의 상대평가보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수능, 나아가서는 중등교육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전 한국교육평가학회장인 김신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학교현장에서 5개 등급의 절대평가제를 사용하는 점을 들어 수능의 등급 수도 5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수능 영어를 학교와 대학의 영어교육 바통 이어받기 차원에서 보면 원칙적으로 영어 절대평가가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수능의 전면적인 자격고사화로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했다.
권 본부장은 현재 수능(국가), 학생부(학교), 면접/논술(대학) 등 평가권이 각 주체에 고르게 분담된 상황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면 평가권의 균형이 상실돼 학교와 대학의 평가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본부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고정 분할 점수 방식의 5등급을 선호했다.
이길영 한국응용언어학회장은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시도하는 절대평가 전환은 의도했던 사교육비 경감을 이루지 못하고 사회적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수능은 속성상 우수자원을 선발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절대평가를 도입하려면 대학 선발권의 구체적 방향이 어떻게 될지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사교육 풍선효과를 예방하려면 다른 영역에도 역시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부소장은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로 학생을 촘촘하게 줄 세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수능의 절대평가된 등급과 고교에서 받은 학생부를 바탕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24일 전남대, 2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후속 으로 공청회를 연 뒤 연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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