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 시즌 4승-3승 호각지세
LPGA 우승으로 출전권도 나란히
학교도 고려대-연세대 1년 동급생
스윙에선 컴퓨터 vs 장타 엇갈려
국내 여자 골프계가 ‘10대 태풍’으로 뜨겁다. 열 아홉 살 동갑내기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이 국내에 이어 미국 투어도 ‘접수’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둔 김효주는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뒤질세라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백규정도 19일 끝난 LPGA 하나ㆍ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무대 진출권을 따냈다. 이들은 국가대표 시절부터 우승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성장한 라이벌이다.
세단과 SUV
김효주는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자동차로 말하면 세단에 가깝다. 상대가 누구든 좀처럼 흔들리는 법도 없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을 하면서 베테랑 카리 웹(40ㆍ호주)을 무너뜨렸다. 조용하다. 표정의 변화도 없다. ‘19세가 맞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위기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제 몫을 다한다. 김효주는 올해 KLPGA 투어 20개 대회에 출전, 한 번도 컷 오프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줬다.
반면 백규정은 오프로드에서 힘을 발휘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스타일이다. 플레이가 다소 거친 편이다. 시즌 22개 대회에서 두 번이나 예선 탈락 했다. 하지만 한 번 힘을 받으면 무섭게 질주한다. 백규정은 하나ㆍ외환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경기 초반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11번홀부터 15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정교함과 호쾌함
김효주는 컴퓨터 스윙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완벽한 스윙을 한다”고 평가를 받는다. 좀처럼 샷을 실수하는 법이 없다. 김효주는 평균 타수(70.40타)와 그린 적중률(78.89%)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이버의 페어웨이 적중률도 83.86%(6위)나 된다. KLPGA 투어에서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백규정은 정교함에선 김효주에 뒤진다. 하지만 한 방이 있다. 드라이브 비거리와 퍼팅에서 김효주에 앞서 있다. 백규정은 장타를 친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260.91야드(11위)나 된다.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짧은 클럽으로 버디 사냥에 나선다. ‘드라이버 쇼’만 펼치는 것도 아니다. 퍼팅 역시 정교하다. 투어에 데뷔한 신인들이 가장 어려운 퍼팅 부문에서 29.90개로 5위를 달리고 있다. 배짱이 두둑한 백규정은 하나ㆍ외환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1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 상금 3억2,000만원을 챙겼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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