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ㆍLG 베테랑 이호준ㆍ박용택
10여년 전 준PO부터 승승장구하다 KS 우승 목전에서 쓰라린 경험
이번 1차전부터 홈런포로 각오 다져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이호준(38ㆍNC)은 지난 19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하던 대로 똑같이 해야 한다”고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경험하는 팀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아쉽게도 1차전 선발로 나섰던 이재학(24)이 좀 더 새겨 들었어야 할 충고였다. 이호준도 SK 중심타자로 활약하던 2003년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1할9푼으로 침묵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은 이호준에게 잊을 수 없는 시즌이다. 정규시즌에 역대 개인 최다 홈런(36개)과 102타점을 쓸어 담고 일약 SK의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당시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SK는 4위 삼성을 2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시즌 2위 KIA를 3승 무패로 완파 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 SK는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쓸 뻔했다. 정규시즌 우승 팀 현대에 1~3차전을 모두 내준 SK는 4~6차전을 내리 잡고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국내 프로야구 7전4선승제의 포스트시즌에서 3패 후 4연승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나 7차전에서 SK는 현대에 0-7로 패하면서 기적의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친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대역전 드라마 문턱까지 간 것만 해도 야구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숱한 가을 잔치를 경험했던 이호준에게도 인상적인 해였다.
박용택(35ㆍLG)은 그보다 1년 전 더 큰 감동을 경험 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 LG 유니폼을 입은 박용택은 당시 김성근 감독의 전폭적인 중용 아래 주전으로 발탁됐다. LG는 시즌 초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유지현이 부상에서, 이상훈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반기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며 정규시즌 4위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2승으로,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3승2패로 제압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남아 있는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2승4패로 패했지만 부상과 체력 고갈로 거의 탈진한 LG 선수들이 삼성을 상대로 보여준 저력과 투혼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삼성 지휘봉을 잡았던 김응용 감독은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말해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 되었다. 박용택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KIA와 플레이오프에선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에 2홈런으로 MVP까지 차지했다. LG가 우승했다면 정규시즌 4위 팀의 최초 우승이었다.
10년이 지나 준플레이오프 상대로 맞붙은 이호준과 박용택은 19일 1차전에서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금처럼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던 그 때의 감동, 그리고 그 때 2% 부족했던 마지막을 채우기 위한 첫 단추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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