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지난해 PO 실패 쓴 약 됐다
11년 만에 경험했던 LG의 2013년 ‘가을 야구’는 허무하게 끝났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1승3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모처럼 올라온 큰 무대에서 긴장감과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네 경기 동안 8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그리고 올해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시즌 마지막 날 극적으로 4강행 막차를 탔다. LG 선수들은 지난해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주장 이진영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어렵게 왔으니 결과를 내야 한다”며 “사라진 ‘가을 DNA’를 되살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또 봉중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준비 기간이 길어 템포가 끊기고, 투수들도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을 악몽을 떨치고자 이를 악 문 선수들은 실제 180도 달라졌다. 더 과감하고 더 정교해졌다. LG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3-4로 완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막판 SK와 피 말리는 4위 싸움을 하고 힘겹게 고비를 넘긴 힘을 받아 가을 잔치 첫 판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했다.
LG의 반전은 여러 가지 나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홈런(90개)과 장타율(0.400) 최하위에 자리한 ‘소총 부대’였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홈런 두 방과 2루타 세 개를 터뜨리는 등 매서운 장타력을 선보였다.
퀵 모션이 커 도루를 많이 허용하는 편이라던 투수 류제국은 포수 최경철과 짝을 이뤄 투구 템포를 조절해 김종호의 도루를 저지하고, 정규리그에서 한 개의 도루도 성공하지 못한 브래드 스나이더가 허를 찌른 도루에 성공한 장면에서도 정규리그와 달라진 LG를 느낄 수 있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1차전을 대승으로 장식한 뒤 “정규리그 막판 4위 자리를 위해 선수들이 긴장된 경기를 10경기 정도 치르다 보니 부담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 같다”고 밝혔다. 선발 등판했던 류제국 역시 “지난해에는 나도 오랫동안 야구를 쉬었고, 팀도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상태여서 긴장감이 컸다”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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