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명백한 물증 확보가 관건
이번에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까.
경찰이 6ㆍ4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전남 순천시 의정동우회 회원 등이 참석한 식사자리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이 지사 처리 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사는 선거 직전 선거사무소 관계자 등이 개입한 당비대납 사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고, 선거 후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사법처리는 피했다. 실제 지난 5월 당비대납 사건이 터져 이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등 선거캠프 관계자 8명이 사법처리됐지만 이 지사는 무사했다. 7월 초엔 이 지사가 상대 후보였던 주승용 의원의 박사학위 학점 이수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두 달간 수사했지만 이 지사는 무혐의를 받았다.
경찰의 이번 이 지사의 사전선거운동 의혹 사건 송치가 주목을 받는 것은 허위사실공표 고발 사건 등 앞선 두 사건들과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5월 검찰 지휘를 받아 이 지사를 상대로 한 차례 서면조사를 했던 경찰은 이후 “서면조사로만 끝낼 사안이 아니다”며 이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강력 주장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이 지사가 검찰에 송치된 이후 경찰 주변에선 “이번엔 이 지사가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물론 검찰은 “사건을 더 살펴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밖에선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 지사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가운데 경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소와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만한 추가 물증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 지사를 송치한 배경엔 ‘이 지사가 선거에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당시 식사모임 참석자들의 진술과 정황 증거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정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면 이 지사를 상대로 소환조사라는 ‘칼’을 뽑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이 이 지사를 소환하더라도 수사상 필요에 따른 조사 차원인지, 사법처리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이 지사가 지지를 부탁했는지 여부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진술 외엔 별다른 게 없는 데다 참고인들도 이 지사 쪽으로 사건이 번지지 않도록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이번에도 이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힘들어진다.
결국 이 지사 소환과 사법처리 여부는 검찰이 이 지사의 지지호소 발언을 입증하는 명백한 물증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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