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리모터쇼는 CO2 다이어트 경연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리모터쇼는 CO2 다이어트 경연장

입력
2014.10.20 15:49
0 0

세계 각국 배출량 고강도 규제 맞춰 외부 전원으로 손쉬운 충전 장점

PHEV 차량 대거 선보여, "탄소 저감기술이 시장 판도 바꿀 것"

자동차 성능을 출력과 토크로만 판단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세계 각국이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들어가면서 탄소 절감은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 이산화탄소를 잡는 완성차업체가 미래의 자동차 시장을 휘어잡을 것이란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전쟁’ 중

19일 막을 내린 프랑스 파리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이다. PHEV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외부의 전원으로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올 2월 유럽연합(EU)이 10인승 이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까지 1㎞당 95g으로 규제하기로 하자 유럽 업체들이 대거 출신 PHEV의 주가는 더욱 급등했다.

파리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르노의 컨셉트카 이오랩은 1ℓ로 100㎞를 달릴 수 있는 기적의 연비로 주목 받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 주행 시 22g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이 곧 출시할 PHEV 모델 파사트GTE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g이고, BMW가 내년 초 국내에 들여올 i8도 PHEV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9g이다. 일본차도 뒤지지 않아 해외에서 판매중인 미쓰비시의 아웃랜더PHEV는 44g만 나온다. 7년 뒤 적용될 ‘95g 규정’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고급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도 고성능은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첫번째 PHEV 모델 ‘아스테리온 LPI 910-4’를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였다. 5.2ℓ 엔진을 쓰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경차 수준인 98g이고, 포르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첫 PHEV인 ‘뉴 카이엔 SE 하이브리드’도 79g에 그친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PHEV를 중심으로 재편 중이지만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모터쇼가 열린 파리에서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 기아차가 전시한 옵티마 하이브리드(K5 하이브리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9g으로 PHEV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에야 독자 기술로 만든 쏘나타와 K5 PHEV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꼭 PHEV가 아니라도 유럽차들의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배기량 2.0ℓ 디젤엔진을 쓰는 씨트로엥의 미니밴 C4 피카소(Blue HDI 150)는 배출량이 105g으로, 1.7ℓ 디젤엔진을 얹은 기아차의 카렌스(129g)보다 적다. 재규어 XE시리즈의 2.0ℓ 디젤엔진 모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9g까지 끌어내렸다. 폭스바겐 그룹이 인수한 뒤 유럽시장에서 소형차를 앞세워 약진 중인 체코의 스코다(Skoda), 스페인의 세아트(Seat) 등도 배출량 94~110g 수준의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과시한다.

지난 19일 폐막한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차들이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i20.
지난 19일 폐막한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차들이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i20.
재규어의 XE 2.0l 디젤.
재규어의 XE 2.0l 디젤.
스코다의 파비아 디젤.
스코다의 파비아 디젤.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이 명운 가른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추세는 1990년대부터 유해물질 배출을 강하게 규제한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다이어트’는 비단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도 2020년까지 1㎞당 100g, 중국은 같은 시기 110g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공차 평균 중량이 큰 미국은 이보다 조금 약한 113g이 목표치다.

우리 환경부도 지난 9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2020년까지 완성차업체들이 전체 차종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 97g/㎞ 이하나 ℓ당 24.3㎞ 이상의 연비 둘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하는 게 골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완성차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한 전체 차량들의 평균 배출량을 따진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100만대를 판다면 100만대의 평균 배출량을 97g/㎞ 이하로 맞춰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체 차량 1,234종 가운데 배출량 97g 이하는 단 16종뿐이다. 시트로엥 DS3 1.4 e-HDi(93g), 기아차 모닝(92g)과 한국지엠(GM) 스파크(92g) 같은 경차를 빼면 나머지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들이다. 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는 가솔린 모델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2g이나 된다. 한국GM의 말리부 가솔린(151g), 르노삼성자동차의 뉴SM5(138g) 등 국내 주력차종들은 새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현대차가 파리모터쇼에서 첫 공개한 유럽 전략형 신형 i20은 배출량을 84g까지 낮춰 앞으로 기술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배출가스 기준을 확정한 뒤 2016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럽의 2020년 배출량 기준 1㎞당 95g은 국내 시험방법으로 환산할 경우 91g으로 우리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라며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모터쇼 출품 차량들을 분석 중인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유럽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력을 갖춰 강력한 배출량 규제는 일종의 무역장벽 성격도 갖고 있다”며 “그래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력에 따라 2020년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