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재현될 지 주목된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홍콩과 관련된 일은 중국의 내정에 속하므로 어떤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0일 전했다. 양 국무위원은 “미국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센트럴을 점령하라’등의 위법 행위를 지지해선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홍콩 시민의 보편적인 참정권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도 회담과 관련, “두 사람이 인권과 보편적 기본권, 홍콩 등 이견과 문제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외세 개입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19일 한 방송에 출연, “(시위에) 외국 세력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렁 장관은 그러나 ‘어떤 국가가 개입했느냐’는 질문엔 “전 세계 각지의 각기 다른 국가들이지만 구체적 언급을 할 수는 없다”고 회피했다. 이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직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홍콩 민주화 시위가 자발적 항명이 아니라 마치 외세에 의해 야기된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는 지역만의 운동이 아니며 이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정치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로 23일째를 맞은 홍콩 민주화 시위는 21일 홍콩 정부와 학생 측의 대화를 앞두고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되며 시위 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자치’ 심지어 ‘독립’을 꾀하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홍콩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 중앙 정부가 무력을 동원해 시위를 서둘러 종식시키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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