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이후 신규가입 땐 기기변경보다 5만~8만원 더 들어
번호이동 작년의 25% 수준 그쳐 '시장 활성화' 차등 지급론 목소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보완책으로 신규 가입과 단순 기기 변경을 구분해 휴대폰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자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다른 이통사로 옮기는 번호 이동을 포함한 신규 가입과 이통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히 기기만 바꾸는 기기 변경에 대해 보조금을 다르게 지급해 단통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통신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보조금 차등론’이 대두되고 있다. 신규 가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번호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신규 가입과 기기 변경 구분 없이 동일 요금대에는 똑같은 보조금을 주도록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이용자들이 신규 가입시 기기 변경 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동통신 A사 관계자는 “번호 이동 등 신규 가입시 기존 이통사에서 받았던 마일리지와 우수 고객 할인 혜택을 포기하고 가입비와 범용이용자식별모드(USIM) 카드 구입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며 “이로 인해 10만~40만원 가량의 이용자 후생이 줄어 들고, 가입비와 USIM 카드 구입비만 5만~8만원 가량 발생한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전에는 이통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고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번호 이동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심지어 약정 할인이 끝나지 않은 가입자에게 위약금까지 대신 내줘 번호 이동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판매점들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시장 상황이 변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인 1~14일에 번호 이동 등 신규 가입은 일 평균 5,9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일 평균 2만4,704건 대비 23% 수준으로 급감했다.
견디다 못한 휴대폰 판매점 상인들은 생계 대책을 내놓으라며 지난 13일 이동통신 3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동통신 B사 관계자는 “판매점들 사이에 단통법 폐지 주장이 터져 나온 것은 번호이동 시장이 지난해 보다 4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이통사는 단통법 보완책으로 번호 이동이 활성화되도록 가입비와 USIM 카드 구입비를 감안해 보조금을 신규 가입에 더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A사 관계자는 “얼어붙은 통신시장을 살리려면 신규와 번호 이동 간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으로 단통법에 경쟁 요소를 집어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신규 가입과 단순 기기 변경 사이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는 신규 가입과 번호 이동에 50유로를 추가 제공하며, 일본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는 신규 가입에 1만9,000~3만8,000엔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규 가입에 보조금을 더 주면 단통법 이전처럼 번호 이동을 부추겨 시장이 혼탁해 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동통신 C사 관계자는 “신규 가입에 보조금을 더 주면 이통사를 옮기는 철새 가입자만 양산할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이통사가 번호 이동으로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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