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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일본식 친절 서비스도 이식… 中 중산층들 너도나도 "요이쿠"

입력
2014.10.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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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첫 진출 쓰라린 실패… 3주년 만에 철수 고려할 지경까지

중국 1000여개 매장 오픈 목표… 현재 70개 도시 311개 직영매장

일본기업으로 중국서 성공 신화

166조원 규모의 중국 패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니클로의 성장세가 무섭다. 유니클로가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비결은 뛰어난 제품력과 신흥 중산층을 겨냥한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에 개장한 세계 최대규모의 유니클로 플래그십 매장 모습. 유니클로 제공
166조원 규모의 중국 패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니클로의 성장세가 무섭다. 유니클로가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비결은 뛰어난 제품력과 신흥 중산층을 겨냥한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다. 사진은 2013년 9월 중국 상하이 화이하이루에 개장한 세계 최대규모의 유니클로 플래그십 매장 모습. 유니클로 제공
중국 유니클로 매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거엔 단조롭던 매장 내부와 전면, 상품 배치에 세련된 컬러ㆍ스타일 별 패션 코디가 구현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
중국 유니클로 매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거엔 단조롭던 매장 내부와 전면, 상품 배치에 세련된 컬러ㆍ스타일 별 패션 코디가 구현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니클로 제공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1~7일) 상하이 명소인 와이탄(外灘) 등은 넘쳐나는 요우커(遊客ㆍ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관광연구원은 이 기간 요우커 4억8,000만명이 해외와 중국 관광명소 등을 여행했으며, 소비 규모만도 2,700억위안(47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이들 요우커가 쓴 돈이 1인당 평균 3만위안(520만원)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중국 신흥 중산층 요우커들의 막강한 소비력은‘상하이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화이하이루(淮海路)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메종 에르메스 등 각종 명품 매장이 즐비한 화이하이루 중심가는 요우커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특히 이곳에는 지난해부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빠짐없이 들르는 또 하나의 쇼핑명소가 생겼다. 바로 전 세계 유니클로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6,600㎡)인 플래그십 매장이다. 6층짜리 쇼핑몰 공간 전체를 차지하는 이곳은 한때 단일매장으로 아시아 최대규모였던 서울 명동 중앙점 크기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달로 개장 1주년을 맞은 이곳은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매장 단독 상품을 한정판으로 제작해 판매할 만큼 중국 신흥 중산층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유니클로의 중국이름은 좋은 옷 창고라는 뜻의 ‘요이쿠(優衣庫).’대체 유니클로는 어떻게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판 닝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부사장 겸 유니클로 중화권 지역 담당 대표
판 닝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부사장 겸 유니클로 중화권 지역 담당 대표

초거대 시장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의류시장이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는 가장 치열한 패션 격전지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도시 지역의 의류 매출 규모가 2017년 1,560억달러(약 16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58%나 신장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니클로는 급성장하는 중국 의류시장의 중심에 있다. '패스트(fast) 패션'으로 불리는 제조유통일괄형(SPA) 의류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도시 중산층 지지도가 압도적이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은 지난 회계연도에 13조8,290억원(전년 대비 20.9% 증가)의 매출을 올려, 전 세계 SPA기업 중 인디텍스(자라), H&M, GAP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만을 놓고 보면 유니클로는 단연 압도적이다. 한국도 물론이지만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지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연 매출 2조851억원(전년 대비 66.5% 증가), 영업이익 2,485억원(83%)을 달성하며 SPA 브랜드로서 아시아 1위의 입지를 굳혔다.

2020년 전 세계 SPA브랜드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유니클로에게 중국은 핵심 거점시장이다. 유니클로는 올 한 해에만 중국에 86개 신규매장을 열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70여개 도시에 311개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년 100개씩 오픈해 향후 7년 내에 1,000개 매장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올해로 9년째 중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판 닝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부사장 겸 유니클로 중화권 지역 담당 대표는 한국 언론과는 처음 가진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은 성장이 약속된 기회의 시장이지만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기호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세계 모든 의류브랜드들이 펼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클로의 성공배경에 대해 "신흥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점, 사소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상품 기획, 그리고 마케팅 판매 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현지화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좌절에서 성공으로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유니클로는 2002년 첫 진출 당시 중국 의류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아 중국 천펑그룹과 합작, 쉰샤오 패션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상하이에 2개의 매장을 연 유니클로는 패스트패션 기업 특유의‘훠즌자스’(貨眞價實: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저렴한 가격’은 소득수준 차이가 큰 중국에선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다. 다운 재킷 한 벌 가격이 일반인 월 소득의 3~4배에 달했을 정도. 또 베이직을 강조하고 심플하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유니클로 제품의 특징은 화려함과 격식을 중요시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지도 않았다. 당시 중국 의류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 비교적 뛰어난 품질을 앞세운 홍콩 브랜드 지오다노와 같은 강력한 로컬 브랜드들의 입김이 강했다.

애초 시장조사가 미흡했던 유니클로는 부랴부랴 전략수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가격을 낮추려고 제품원단을 바꿨더니 제품의 질이 떨어졌고, 소비자들은 점점 더 냉담해졌다. 2005년까지 철수를 고려해야 할 만큼 만성 적자가 이어졌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사업을 더 이상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그 이듬해 중국 사업 책임자를 전격 교체했다. 홍콩 사업을 담당해온 판 닝 대표를 중국사업 총괄 책임자로 앉힌 것이다. 일본 니혼대 MBA 석사 출신인 중국인 판 대표는 “유니클로의 경영 철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자’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다고 믿었고 아무리 특수성을 가진 중국시장이라도 이 원칙이 통할 것으로 보고 이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고 현지화해야 할지를 가장 고민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판 대표는 우선 중국에서 유니클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부터 상품 만족도까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펼쳤다. 예상대로 조사결과는 암담했다. 가격은 물론 디자인, 품질에서도 경쟁력은 바닥이었다. 판 대표는 우선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선 가격, 품질, 디자인 모두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도쿄 중심의 유니클로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J, Ines, UT 등 다양한 디자인과 화려한 스타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과 고품질의 기능성 제품, 매주 바뀌는 최신 트렌드 제품 등을 중국 소비자들도 접할 수 있도록 상품을 대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매장도 파격적으로 바꿨다.

다음 과제는 어떤 고객을 겨냥할 것인가 였다. 정밀 분석 끝에 설정한 타깃고객층은 황금연휴 기간 해외로 여행을 떠날 만큼 경제력이 뒷받침해 주는 요우커들. 유니클로는 중국의 전통계층과는 다른,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사고는 한층 자유분방해진 이들 신흥중산층의 새로운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했다. 또 매장 직원뿐 아니라 점장까지도 일본식 서비스를 교육해 다른 브랜드 매장에선 경험하지 못한 ‘환대받으며 쇼핑하는 느낌’을 안겨 주는 차별화 작업에 성공했다.

2006년 12월 판 대표 취임 이래 2008년까지 유니클로의 중국 매출규모는 5배, 순익은 10배나 증가했다. 판 대표는 “정보에 민감하고, 개성과 새로운 품격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중국 중산층은 이제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이면 40%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들의 구매력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에선 대중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중국에선 새로운 소비주체인 중산층의 대표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현지화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 외교가인 챠오양구 싼리툰에 위치한 유니클로 싼리툰타이구점. 유리로 만든 독특한 다각형 모양의 4층 빌딩 전체가 매장인 이곳은 유니클로 베이징 플래그십 매장으로 불릴 만큼 규모 면에서나 다양한 상품구성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서비스였다. 상품 문의를 위해 직원을 부르자 급히 달려오면서 “늦게 와서 죄송하다”라는 인사말부터 건넨다. 상품을 고를 때 바구니를 가져다주고, 카드를 건넸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카드를 받고 “카드를 받았다”라고 확인까지 한다. 직원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중국 어느 상점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는 받아 본 적이 없다. 전형적인 일본식인데, 일본 유니클로의 고객 서비스를 그대로 중국에 옮겨 놓은 것이다.

판 대표는 “중국에서 유니클로의 강점은 물론 의류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브랜드 전략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있어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을 기하는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주고 상품의 가치를 알아주기 때문에 비로소 중국시장에서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역사적 이유로 인해 중국 내에서 일본기업에 대한 거부정서는 뿌리가 매우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는 중국에서 성공시대를 구가하고 있는데, 그 힘은 바로 현지화 전략이었다. 유니클로는 최근 중국의 유력 경제지인 '제일재경주간'이 주관한 '2014년 SPA부문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뽑은 ‘골든 브랜드(金字招牌)’를 3년 연속 수상했을 만큼 중국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일궈 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이미 3년 전 중국 내륙의 최대 소비시장인 후베이성 우한에 4개의 매장을 잇달아 내는 등 중국의 2, 3선 도시를 넘어 신흥도시인 3, 4선 시장까지 매장 늘리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랜드의 SPA브랜드스파오는 연내 우한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열 계획인데, 이는 유니클로보다 3년이 뒤진 셈이다.

온라인 판매망도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된다. 유니클로는 5년 전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진출해 해외 브랜드로서는 처음 온라인매장을 개설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온라인에서 주문 결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받는 ‘O2O’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젊은 소비자들을 껴안기 위한 다양한 판매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중국SPA시장에서 유니클로와 자라와 H&M 등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판 대표는 “경쟁적인 시장 환경은 위협이라기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한다”라며 “유니클로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한 것이 이런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어떤 브랜드든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품을 반기지만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나 전통성,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요소 등도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곧 경쟁에서 도태되고 결국은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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