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 2013-2014’에 따르면 절대빈곤층의 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했고,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이 개량된 식수원에 접근하게 됐으며,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 등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새천년개발목표 중 일부는 이미 달성됐거나 곧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대 빈곤 상황에 처한 인구는 12억이며,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기아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이 보여주듯 영ㆍ유아 사망률 감소, 산모건강의 증진, 지속 가능한 환경 보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필자가 근무했던 아프리카 말라위는 영ㆍ유아 사망률이 7.9%로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높다. 특히 말라위 치오자 지역은 가까운 병원이 40Km나 떨어져 있는데다 대부분 집에서 산파의 도움으로 출산하다 보니 태어나자마자 생명을 잃는 신생아가 3.5%에 이른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열악한 의료 환경과 빈곤으로 기초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2011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료서비스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영ㆍ유아에게 영양죽을 배분하고 산모들에게는 보건 교육을 실시했으며 전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질병 예방교육도 병행했다. 그 결과 지역 주민 1만7,400여 명이 기초의료 서비스를 받았고 5세 미만 영유아의 95.1%가 평균 이상의 몸무게를 갖게 됐다.
마을에 건강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마을 발전을 주도했고, 작년 9월에는 주민들이 손수 벽돌을 쌓아 올린 병원이 문을 열었다. 굿네이버스는 동일 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 향상을 위해 ‘버섯 재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 기후환경과 특징을 고려해 버섯 재배 기술을 주민들에게 교육했고, 이후에도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월 평균 30달러에 그쳤던 주민 소득은 80%이상 높아 졌다.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개인 소득 증대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졌다. 종균 구매와 버섯 재배사 건축에 투자된 초기 자본이 지역사회로 환원되어 마을 개발에 쓰였기 때문이다. 조합 기반으로 진행된 사업은 소외된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을 넓혔다. 일시적인 구호 활동이 아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지로 이루어진 사업이 말라위의 영ㆍ유아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주민들의 자립을 도우며 내일을 이끌어 갈 힘을 키우게 한 것이다.
이러한 빈곤퇴치 사업과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세계빈곤퇴치의 날(10월17일)이 언젠지, 새천년개발목표(지구촌 빈곤층을 절반으로 감소시키자는 약속)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굿네이버스는 빈곤문제 해결이 시민들의 참여에 달려있음을 알리기 위해 지난 16일 ‘세계빈곤퇴치캠페인’을 진행했다. 광화문 중앙광장에 지구촌 빈곤상황을 상징하는 높이 3m의 알맹이 없는 초대형 옥수수가 세워졌다. 호기심에 발길을 멈춘 시민들은 캠페인의 취지를 듣고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어린이부터 월 3만원씩 후원을 하겠다는 대학생, 정기 봉사활동과 후원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가족까지. 알맹이 없는 초대형 옥수수가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된 것처럼 지구촌 빈곤문제도 우리의 참여와 관심이 더해져야 해결할 수 있다.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시한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오늘날, 잘 사는 나라는 점점 풍요로워지고 발전하고 있지만 한 모퉁이에선 빈곤과 질병으로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있는 이웃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이웃으로서 빈곤의 문제가 나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인정하고 세계빈곤퇴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세계시민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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