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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난빛 스토리

입력
2014.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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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의 화가
안진의 화가

바람은 차지만 햇살이 따듯한 가을의 한복판,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의 누리 꿈 스퀘어 앞에서 ‘난(蘭)빛 축제’가 시작되었다. ‘난빛’이란 이름은 난지도의 빛을 의미한다. 난지도의 빛은 에너지를 이야기하지만 미래를 상징하기도 하며, 달밤에 비추는 난 꽃의 정경이 자아내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기품을 연상시키고, 생명과 환경, 문화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본래 난지도(蘭芝島)는 이름처럼 난초와 지초가 가득한 ‘꽃섬’으로 불리어진 곳이었다. 언제부터 이 이름이 사용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조선후기 김종호의 대동여지도 22첩 중 ‘수선전도(首善全圖)’라 하여 수선, 즉 서울을 목판으로 그린 가장 큰 서울 지도에 ‘중초도(中草島)’라 표기된 것을 봐서도 그 만큼 화초가 많은 아름다운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난지도는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이라는 화첩 가운데 ‘금성평사(錦城平沙)’를 통해 모래사장이 있는 섬으로 그려진 명승지이기도 하였다. 그러다 1978년 이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100여m에 이르는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흉물스럽게 변하였으며, 현재는 생태도시이자 최첨단 미디어 시티로 새로이 거듭난 도시이다.

난빛 축제는 이러한 난지도를 중심으로, 그간 개별적으로 개최되어왔던 축제들을 하나로 묶은 행사이다. 먼저 ‘난빛 스토리 페어’는 난지도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장학금을 전달하는 나눔의 장이다. ‘DMC 컬쳐오픈’은 단편영화상영, 뮤직페스티벌과 같은 문화행사들을 선보이며,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는 녹색에너지 체험의 장이 열린다. 하늘공원 일대에서는 억새축제가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늦은 밤까지 멋진 가을 경관을 만들어 준다.

난빛 축제의 개막식을 꽃피워 준 것은 에코 스쿨로 지정된 상암 중학교의 오케스트라와 상암 지역에 위치한 드와이트 외국인학교의 깜직한 저학년 합창단이었다. 상암 중학교 오케스트라는 상큼하고 풋풋한 교복차림으로 ‘꽃 섬의 꿈’을 진지하게 연주하였고, 드와이트 꼬마들은 ‘리사이클링 송’을 귀엽게 불러주었다. 아이들은 모두 맑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으며, 그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난지도의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지도의 희망은 난빛 스토리 페어에 전시된 글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대목은 엄마의 16세 때엔 늘 문젯거리였던 난지도가 지금 16세인 자신에게는 자랑거리라는 글이었다. 난지천은 엄마의 16세 때엔 쓰레기 냄새로 얼굴을 찡그리게 했고 잊고 싶은 기억이 더 많았지만 자신의 16세엔 즐거움이 가득한 추억을 쌓고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글에서는 비가 오면 길바닥 전체를 뒤덮었던 지렁이들이 학생 때는 정말 싫었지만 사실 그만큼 땅이 살아있다는 것, 이 곳의 공기가 맑다는 것, 그리고 지렁이가 땅을 정화시키듯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쓰레기 섬이 재생의 도시로 새로 태어났음을 뿌듯해 하는 글도 있다. 난지 캠핑장, 하늘 공원의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자랑하는 서울 최고의 환경 친화적 도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곳에 폐막식이 있는 22일 저녁에는 ‘행복한 불 끄기’라 하여 6분간 소등을 한다고 한다. 작은 6분간의 절약이 결국 사랑을 나누고 미래의 가치를 담는 일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난지도가 과거의 ‘소외됨’과 현재의 ‘회복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소등을 통해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고 주변을 살피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며, 점등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듯한 마음으로 시작된 난빛 축제이다. 그 시작은 소박하지만 난지도는 분명 최첨단 IT문화와 환경이 공존하는 회복ㆍ재생의 도시로서 그 상징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 지역의 뛰어난 인적 물적 인프라가 더욱 합류되고 참여 루트가 확장되면, 환경문화국제페스티벌이라는 이름 그대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멋진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난빛 축제는 그저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스토리, 문화, 생명, 에너지가 ‘배려’의 마음으로 만나 희망을 품고 마음을 모으는 진행형의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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