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100만원 미만 남성이 400만원 이상 소득자의 1.7배
교육기간 6년 이하 여성 집단은 13년 이상 고학력군에 2.7배 높아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니는 고성수(40ㆍ가명)씨의 별명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주야 맞교대로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근로를 십여 년간 해오다 보니 하루 3~4시간을 제대로 자기 어렵다. 수면제와 안정제를 처방 받아 먹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건강검진결과 고혈압에 협심증·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가 있다고 진단받았다. 고씨는 “의사는 아니지만, 제때 자거나 먹지 못해 생긴 병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이 경제적 지위와 교육수준에 따라 발생률에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립보건연구원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고혈압 발생의 성별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 월 400만원 이상 소득 높은 사람들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남성은 1.7배, 여성은 2.3배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의 하나로 수행된 안산, 안성 지역기반 연구 대상자 중 40∼69세 5,287명의 교육수준, 가계소득과 고혈압 발생과의 관계를 4년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은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 발생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교육기간 6년 이하)의 고혈압 발생률은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13년 이상)보다 2.7배 높았다. 남성도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 발생이 증가했으며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보다 교육수준이 낮은 집단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1.3배 높았다.
소득을 기준으로 월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여성에 비해 월 100만원 미만, 200만원 미만, 300만원 미만 여성은 고혈압 발생률이 각각 2.35배, 1.57배, 1.2배 높았다. 남성의 경우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의 남성에 비해 100만원 미만, 200만원 미만, 300만원 미만 남성은 고혈압 발생률이 각각 1.7배, 1.1배, 1.37배 높았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불평등은 여성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18.3%에 불과했지만, 교육기간 6년 이하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48.1%를 기록했다.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복부비만의 유병률도 높아 월소득 400만원 이상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18.2%였지만,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여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46.8%까지 증가했다.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복부비만 유병률은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남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 심혈관희귀질환과 연구원은 “고혈압 발생 인자는 나이, 가족력, 비만 등이 있다”며 “최근에는 소득, 학업, 직업 등의 사회 경제적 수준과 고혈압 발생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느는 상황이며 한국은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경제적 수준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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