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AG 200m 우승
종합대회 금메달 숙원 이뤄
2년 뒤 리우 패럴림픽 금 겨냥
사이클 이종규, 대회 첫 금메달
‘장애인 육상 여제’ 전민재(37)가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46cm의 작은 체구로 2012 런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그는 마지막 숙제처럼 남아있던 종합대회 금메달의 숙원을 마침내 풀었다.
전민재는 스물 여섯의 나이로 육상에 입문한 늦깎이다. 다섯 살 때 뇌염을 앓고 나서 뇌성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 때문에 세상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1996년 열아홉 살이 다 돼서야 초등 특수학교 전주은화학교에 입학했다. 이 때부터 세상에 나선 전민재는 달리기에 소질을 보이며 2003년 육상에 입문했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애인육상은 전민재 이름 석자가 휩쓸었다. 입문하자마자 2004년부터 9년 연속 전국 장애인체전 육상 3관왕에 오르며 ‘전설’이 됐다.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전민재는 빛을 발했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100m, 200m 은메달을 따냈고 지난해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00m, 200m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전민재에게 금메달은 늘 밟지 못한 미답지로 남아있었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박정호 육상 대표팀 감독은 “주변의 기대가 크고 (전)민재 스스로도 금메달을 간절히 원했기에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컸었을 것”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인천 대회는 리우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두 개를 꼭 따내고 싶다”던 전민재는 200mT36 결선을 31초59로 통과하며 1차 목표를 이뤘다. 2위 가토 유키(일본ㆍ34초56)를 3초 가까이 따돌렸다.
전민재의 발은 달리기 감각뿐만 아니라 예술 감각까지 갖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 형편 때문에 접어 두었던 화가의 꿈을 실천해 나갔다. 오른쪽 두 발가락 사이에 붓을 끼워 그림을 그리는 ‘구족 화가’인 전민재는 학교 사생대회에서도 이름을 날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런던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육상 대표팀 감독이었던 성희준 감독에게 발로 쓴 편지도 화제가 됐었다. 웬만한 손편지 보다 정갈한 글씨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는 여러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전민재의 두 번째 금메달 도전기는 20일 열린다. 100m T36결선에서 전민재는 리우로 가기 위한 자신만의 시험대에 오른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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