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저녁 미국을 방문한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보스턴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푸는 이례적인 접대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 국무장관은 방미한 각국 외무장관들을 국무성에서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케리 장관이 지난 9일 영국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을 자택으로 초청한 사례가 있긴 하다. 당시 케리 장관은 해먼드 장관에게 보스턴 명소 안내까지 해 양국이 동맹 중의 동맹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친밀도에서 영국에 비할 나라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아 민감한 현안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의도도 해석된다.
케리 장관과 양 국무위원은 18일 역시 보스턴에서 본격 회담을 갖고 11월에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개최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양자 정상회담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 이외에도 북핵 문제와 에볼라 대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케리 장관은 회동에서 앞서 기자들에게 “양국 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면서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북한과 이란 핵 문제, 기후변화 이슈, 이슬람국가(IS) 격퇴 대책 등을 거론했다. 양 국무위원은 “상호 신뢰를 깊게 하고 주요 분야에서 공동의 노력을 심화하기 위해 양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야 한다”면서 “상호 존중의 원칙 아래에 양국 간의 이견을 잘 다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달 초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는 홍콩 시위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케리 장관은 “홍콩시민의 보편적인 참정권을 지지한다”고 하자 왕 부장은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부문제”라며 내정간섭이라고 받아 쳤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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