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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비대국 용틀임… 동에서 서로 옮겨진 성장축

입력
2014.10.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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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대개발의 상징 신세기센터 코엑스의 4배… 세계 최대 건물

춘시루·옌스커우 등 주요 상권 대형 백화점 건물 20여곳 줄줄이

11일 세계 최대 건물인 쓰촨성 청두시 신세기글로벌센터에서 중국인들이 유리바닥으로 된 통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11일 세계 최대 건물인 쓰촨성 청두시 신세기글로벌센터에서 중국인들이 유리바닥으로 된 통로 위를 걸어가고 있다.

‘신창타이’(新常態).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모습을 한마디로 규정한 용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년 간의 두 자릿수 고속성장 시대가 끝나고, 7%대의 안정적 성장이 새로운 정상 상태인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에 맞춰 중국 경제 정책의 틀은 빠르게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성장의 축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이 펼쳐지는 과정 속에서 우리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경제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세계 최대 소비대국으로 승천하고 있는 용(龍)에 올라타기 위한 길을 총 10회에 걸쳐 모색한다.

지난 11일 삼국지 촉한의 수도로 유비의 묘와 제갈공명 사당이 있는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시 중심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0여㎞ 정도 달려가자 마치 갈매기가 날개를 활짝 편 듯한 형태의 초대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단일 건축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신세기글로벌센터(新世紀環球中心)다. 가로 500m, 세로 400m, 높이 100m인 이 건물의 면적은 176만㎡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연면적의 4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지하 2층, 지상 18층의 건물 지붕부를 넘실대는 곡선으로 처리, 파도를 떠올리게 설계한 게 눈길을 끈다. 바다를 형상화했다는 것. 25만㎡ 규모의 실내 물놀이 시설인 ‘톈탕다오(天堂島)해양낙원’도 들어서 있다. 아시아 대륙 한 가운데 만들어진 ‘인공 바다의 용궁’에는 사무실과 5성급 호텔, 초대형 쇼핑몰, 영화관, 아이스링크 등이 입주해 있다. 1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는 주변에도 최고급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이 줄잡아 50여개 가량 올라가고 있었다. 도시 하나가 한꺼번에 지어지고 있는 듯 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현장이다.

국경절 연휴(10월1~7일)의 대체 근무일인 데다 부슬비도 내려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비웃듯 이미 건물 밖 동서남북 지상 주차장은 자동차로 꽉 차 있었다. 지하 주차장도 빈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건물 안은 서울 시내 백화점이 할인행사를 할 때처럼 인파들로 북적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연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영화관 앞에는 표를 사기 위해 줄은 선 사람들이 중앙광장까지 이어졌다. 이곳에 입점한 한 의류점의 중국인 지배인 왕민(王敏)은 “외곽에 자리했고 문을 연 지 1년 밖에 안 됐지만 주말에는 하루 10만여명이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되면서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달 58만위안(약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웃었다.

신세기글로벌센터는 중국 서부대개발의 상징이다. 중국 경제성장의 방점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갈 것이란 점을 웅변하고 있다. 다른 곳이 아닌 서부 내륙 한 가운데 세계 최대 건축물을 지은 것은 그 동안의 성장과정에서 동부 연해 지역에 비해 소외됐던 서부를 앞으로는 중점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지역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봐도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사실 중국의 서부대개발이 시작된 것은 2000년부터다. 2050년까지 3단계로 진행되는 서부대개발은 지금까진 주로 교통과 에너지 등 사회 기반시설 건설에 집중됐다. 칭하이(靑海)성의 시닝(西寧)과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의 라싸를 잇는 1,956㎞의 칭장(靑藏)철도를 깐 게 대표적인 예다. 2010년까지 1단계 서부대개발 기간 동안 우리가 끼어들 공간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산업화와 도시화를 내건 2단계 서부대개발이 시작된 데 이어 지난해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며 서부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의 고향이 서부인 산시(陝西)성이란 점도 서부대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긴 하지만 시진핑 정부가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틀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배경이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출만으로는 안정적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뒤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지속적 성장을 위해 내수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 주도형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성장의 틀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생산대국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며 이제 소비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중 이미 시장 성숙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동부에 비해 아직 개발 여지가 큰 서부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시내에서도 서부의 소비시장 중심으로 자리 잡은 청두의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춘시루(春熙路)와 옌스커우(鹽市口)에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유명 대형 백화점도 20여 곳이 차례로 줄을 서 있었다. 평일 낮은 물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쇼핑객은 끊이질 않았다.

예부터 하늘이 내린 풍요로운 땅, ‘톈푸’(天府)로 불렸던 청두의 높은 소비성향은 중국 내에서도 유명하다. 가로 세로 500㎞씩인 쓰촨성 전체는 분지 형태여서, 해발 2,000m도 넘는 고산지대에서 흘러 내린 물로 땅이 기름졌다. 걱정은 없고 여유는 있으니 잘 먹고 잘 쓰는 문화가 생겼다. 더군다나 2008년 9만명에 가까운 사망 및 실종자를 낳은 쓰촨 대지진은 이러한 경향을 더 강화시켰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축하긴 보단 소비하고 보잔 생각들이 확산됐다.

실제로 쓰촨성의 지난해 소비매출액은 전년 대비 13.9%나 증가했다. 경제성장률도 10.0%를 기록,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 7.7% 보다 훨씬 높았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서부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포춘 500대 기업 중 270여개사가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둥지를 튼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7월 방중 시 베이징(北京)보다 청두를 먼저 방문한 데엔 미래 성장 시장인 서부를 선점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장병송 KOTRA 청두무역관장은 “쓰촨성을 비롯 서부 12개 성(省)과 시(市)는 중국 총 면적의 72%,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GDP 비중은 아직 22%에 불과한 상태”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부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 중서부 지역의 비중은 6.2%에 불과했다. 이제 서쪽으로 갈 때다.

청두=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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