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25ㆍ넥센)은 신고선수 출신이다. 고교시절부터 펄펄 날던 동료들에 밀려 1군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단 한 번, 1군 타석 경험이 있긴 있다. 2008년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그 해 7월23일 잠실 넥센전에서 방망이를 들었다. 그러나 멀뚱멀뚱 서서 루킹 삼진 당한 그 장면은 LG 골수팬 조차 기억 못한다. 그는 2009년 8월 방출됐다.
하지만 두 번째 신고선수 생활이 서건창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2011년 공개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넥센이 ‘안타 기계’ 서건창을 만들었다. 20명의 지원자 가운데 유일하게 합격한 그는 이를 악물고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서건창을 지켜본 박흥식 전 넥센 타격코치(현 롯데 타격코치)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선수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절박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눈물 겨운 노력은 행운을 가져다 줬다. 서건창은 2012년 시즌 개막에 앞서 2루수와 3루수를 오가던 김민성의 발목부상으로 찾아온,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 해 4월7일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0-1이던 5회초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빠른 발과 든든한 수비, 매서운 타격…. 코칭스태프와 팬들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서건창은 어렵게 얻은 주전 자리를 죽을 힘을 다해 지켰다. 2012시즌을 타율 2할6푼6리 115안타 40타점 39도루로 마쳤다. 신인왕과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그는 야구계의 신데렐라로 불렸다. 인생 역전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는 발가락 부상으로 제 몫을 다 못했다. 타율은 2할6푼6리로 같았지만 안타가 84개 밖에 되지 않았다. 절치부심한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길렀다. 타격폼도 자신에 꼭 맞게 수정했다. 이미 지난 6월 최소 경기(64경기) 100안타 타이기록을 세운 서건창은 99경기 만에 150안타를 기록하는 등 200안타를 향해 정진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열린 6경기에서도 타율 5할3푼6리(28타수 15안타)의 방망이를 휘둘러 마침내 200안타 고지에 등정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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