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協 17일 선수 치자 국토부 "23일 의견수렴" 불쾌
정부가 이달 안에 부동산 중개보수 제도의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중개업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중개업계가 먼저 공청회 열고 개편안을 제시하자 국토부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별도의 공청회 개최를 예고하고 나섰다. 양측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중요한 이해가 걸린 중개보수 개편이 졸속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청룡동 협회 회관에서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올 1월 연구 용역을 발주한 ‘부동산 중개 보수 현실화 방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현준 경일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합리적인 개편안으로 ▦주택 매매가격 4억∼6억원은 0.5%, 6억∼9억원은 0.7%, 9억원 이상은 1.0% ▦매매가격 6억∼9억원은 0.55%, 9억원 이상은 0.7% 등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현행 체계는 매매가 2억~6억원은 0.4%, 6억원 이상은 0.9% 이하에서 중개업자와 중개 의뢰인이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협회안대로면 9억원 이상 주택은 지금보다 높은 요율을, 9억원 미만 주택은 낮은 요율을 적용하게 된다. 협회는 이날 제시된 안들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발표해 공청회 개최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부는 “협회가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마치 정부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부동산 중개보수 현실화 방안을 마련했다는 오해를 불러오게 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별도의 공청회를 열고 국민들과 업계의 의견을 최종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 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못박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상일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촉박한 감은 있지만 그간 소비자단체와 중개협회, 전문가, 지자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아직까지 요율 체계를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을 들은 바가 없다”며 “정부안대로 밀어붙이기 위해 개편안을 최대한 늦게 공개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주희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15년 만에 중개보수 개편이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이해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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