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와 새누리당이 협의를 갖고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보완해 최종 정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안행부의 초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을 현재보다 43% 올리고, 수령액을 34% 깎는 한국연금학회의 개혁안보다 강도를 다소 높였다는 말도 나온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초안을 보완키로 한 데 대해 “연금이 지속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공무원의 양보 내지 고통이 수반돼야 하는 데 생각한 만큼 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은 “공무원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희생해야 하지만 공무원도, 국민도 설득해야 한다”며 “당에서 추가로 논의할 것을 정부 측에 제시했고 그것을 포함해 정부에서 새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측 초안으로는 재정부담 절감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공무원들이 마련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즉 ‘자체 개혁안’이 얼마나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지만 원칙에 입각한 안이 조속히 마련돼 공론에 부쳐져야 한다. 그 원칙은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정 구멍이 커질 때마다 연금 개혁안을 들고 나와 매번 홍역을 치르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낭비다. 지난달 열린 새누리당ㆍ한국연금학회의 정책토론회를 물리력으로 봉쇄했던 공무원노조는 20일 안행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만 2조5,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지금과 같은 연금체계가 계속될 경우 2022년에는 누적적자가 40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밑 빠진 독이 된 연금체계로는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더욱이 제도개선으로 소득대체율이 크게 낮아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금급여를 깎는 데 그치지 않고, 급여 수준이 자동 조정되는 유럽식 자동안정화 장치와 일정연령 이후 연금이 삭감되는 피크제 등 공무원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사회적 논란을 피할 길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공무원노조가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안이 최종 확정된 다음 타협ㆍ절충안을 마련할 길도 열려 있는 만큼 당사자인 공무원노조는 이성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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