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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탈박이김(脫朴移金)'

입력
2014.10.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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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1, 2인자 갈등은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6공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2인자인 김영삼(YS) 여당 대표는 끊임없이 부딪쳤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자당 대표를 맡은 YS는 차기 대권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내각제 합의각서가 언론에 유출돼 위기에 봉착하자 당무를 거부하고 마산에 내려가 칩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이 신경성 설사병을 앓았을까.

▦ 이명박 대통령은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수시로 충돌했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의 대립은 임기 내내 계속됐다. 2008년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한 뒤 박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나 집권 3년이 지나 레임덕이 오면서 저울추는 급속히 미래권력으로 쏠렸다. 낮에는 친이지만 밤에는 친박 행보를 보이는 의원들의 행태를 빗대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이 유행했다.

▦ 양상이 바뀌어 이제 박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여권 내부의 권력이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김 대표가 2009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특임(정무)장관 제의를 받자 수락한 뒤 박 전 대표에게 의중을 물었다. “왜 그런 걸 하려고 하나요”라는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세종시 이전을 놓고 김 대표가 친박계의 ‘원안 고수’에 반기를 들면서 김 대표는 결국 박 대통령과 결별의 수순을 밟았다.

▦ 김 대표가 ‘박근혜의 당’을 ‘김무성의 당’으로 서서히 바꿔가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혁신위원회 구성, 증세 논란, 당협위원장 교체 등 곳곳에서 친박과 비박(非朴)의 대결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개헌론을 점화시켰다.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지만 의도된 치고 빠지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친박계는 속이야 부글부글 끓지만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 등 구심점이 없어 지리멸렬이다. 벌써 일부 친박 의원 사이에선 ‘탈박이김(脫朴移金ㆍ박근혜에서 김무성으로 이동)’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은 미래권력 편이다. 권력무상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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