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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다른 여성의 공감 대화법이 아이디어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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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다른 여성의 공감 대화법이 아이디어 원동력"

입력
2014.10.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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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차이가 기업문화에 긍정적 작용

오해사지 않는 언행 자연히 몸에 배

남녀 비율이 반반인 사노피코리아에서 일하는 이정우 차장, 이정철 팀장, 조인식 실장, 최종원 이사(왼쪽부터). 이들은 “남녀 균형이 선진 기업문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남녀 비율이 반반인 사노피코리아에서 일하는 이정우 차장, 이정철 팀장, 조인식 실장, 최종원 이사(왼쪽부터). 이들은 “남녀 균형이 선진 기업문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여성상사들 틈에서 남성사원이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KBS2 개그콘서트 ‘나 혼자 남자다’ 코너가 요즘 인기다. 현실은 어떨까.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노피코리아 본사를 찾았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 한국법인으로 전 직원의 46%, 경영진의 58%가 여성이다. 아내보다 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 회사 남성 4명의 속내를 들어봤다.

최종원(35) 임상연구부 이사 “면접 때 ‘여자가 많은데 괜찮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40여명이 일하는 부서에서 청일점이 될 줄은 몰랐어요. 대화에 끼어드는 데 시간 좀 걸렸죠. 이를테면 ‘일유랑 영유 중 어디가 낫냐’고 묻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나중에야 일반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의 줄임말인 걸 알았어요.”

이정철(36) 희귀질환사업부 팀장 “여성들과 외부에서 식사할 땐 말수가 저절로 줄어요. 이름도 희한한 식당을 어떻게 알고 찾아가선 읽기도 어려운 메뉴를 척척 시키는 걸 보면, 남자들과 딴판이죠. 우린 점심 때 김치찌개 아니면 해장국이잖아요?”

‘나 혼자 남자다’에서 “그린티 푸라푸치노에 시럽 반만 넣고 생크림 빼서” 달라는 여성부장의 주문에 남자사원이 당황하던 모습이 연상됐다.

이정우(37) 제약사업부 차장 “모조리 남자인 영업부였다 업무가 바뀌어 여성들과 일하게 됐죠. 사소한 의견충돌이 있은 뒤 여성 후배가 장문의 손편지를 준 거예요.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해서 며칠 고민하다 살짝 불러내 이야길 나눠봤죠. 직장 동료도 감정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기분을 상하게 하면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거나 술로 풀자고 밀어붙일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차이가 직장생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조인식(40) 백신사업부 실장 “내성적이었는데 여성들과 일하면서 낯선 이와도 스스럼 없이 대화를 틀 만큼 외향적이 됐죠. 서로의 얘기를 잘 공유하고 공감하는 여성 특유의 대화법은 사내 서열문화를 부드럽게 하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분위기에선 상하관계에 얽매여 자유로운 토론이 쉽지 않은데, 여성이 다수 참여한 회의에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죠.”

이 팀장 “행사 진행 때 여성들의 섬세함이 특히 빛나요. 기념품을 준비하면서 남자직원은 선물 개수가 맞는지, 제때 공급은 될지 같은 사항들만 챙기지만, 여직원들은 참석자의 연령대나 성별 등 디테일도 꼼꼼히 고려하거든요.”

‘나 혼자 남자다’에는 남자사원이 본의 아니게 상사 엉덩이와 부딪혀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의도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 이사 “여직원 자리에서 함께 모니터를 볼 때 특히 걱정됐어요.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일상화하면서 서로 오해 사지 않는 언행이 몸에 뱄어요.”

이 차장 “남자들이 스스로 바뀌는 거죠. 남자 위주의 환경이라면 사내 성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크게 달라지지 못할 거예요.”

기업이 여성 비율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다양성 존중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와 “강제 할당은 좋은 성과를 못 낸다”는 시각이 엇갈렸다.

조 실장 “능력이 아닌 성(性)에 따른 차별은 분명 사라져야 해요. 다만 일괄적인 비율 맞추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가야죠.”

사노피코리아는 남녀 균형을 회사의 중요 가치로 삼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내에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한다. 덕분에 육아 부담을 나누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최 이사 “아내가 아파서 하는 수 없이 8살 아이와 함께 출근한 적이 있어요. 처음엔 눈치 많이 보였죠. 하지만 퇴근 때까지 부서 전체가 아이를 함께 챙기며 일했어요. 육아의 어려움을 잘들 아는 만큼 지지해주는 마음이 느껴졌죠.”

여성 비중이 높은 사노피의 남성 직원들은 여성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과 가정의 양립, 대등한 소통 등 선진 기업문화가 자리잡기 더 수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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