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머물고 있는 중국의 정치풍자 만화가 변태고추(본명 왕리밍ㆍ王立銘ㆍ41)가 중국내 언론탄압에 따른 신변 안전을 우려, 일본 입국관리소에 체류 연장을 신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왕은 인터넷 식품 판매 자료 수집차 5월부터 일본에 체류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 수도권 대학의 연구원 자격으로 장기체류비자 발급을 위한 수속을 밟고 있다.
왕은 2009년부터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에 중국을 풍자하는 만평을 발표하고 있고, 포털사이트 163닷컴의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왕은 8월 자신의 웨이보 계정이 갑자기 봉쇄당한 데 이어, 인민일보 산하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을 ‘미일(媚日ㆍ일본에 아첨)’ ‘매국노’로 비판하고 관련 부서에 법에 의한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실리는 등 노골적인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은 평소 일본인의 예절과 평화주의에 호의적인 감상을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사히에 “중국 언론 상황이 반년 사이에 점점 심각해졌다”며 “(무엇이 죄인지)경계선조차 알 수 없다”며 체류 연장 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의 만화 가운데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가 베이징의 301군사병원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외치는 ‘카다피의 마지막 말’이라는 만평은 카다피를 옹호해온 중국 지도부를 정면으로 풍자, 화제가 됐다. 카다피가 파도에 휩쓸려 가는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살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을 담은 만평, 중국 당국이 티베트의 불교 사원에 중국 역대 지도자 초상화를 설치할 것을 지시한 것을 비꼰 만평도 유명하다. 그는 “일본에 와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행복을 알았다”며 “불안감은 있지만 그런 기쁨이 일본 체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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