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지와 아이들이 복귀하면 100억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서태지의 폭탄급 고백이다. 소소한 추억이라는 듯 가볍게 던진 말이지만 여파는 상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하의 서태지라 해도, 그의 전성시대는 엄연히 1990년대다. 그의 집 앞서 밤을 새던 팬들은 이미 아줌마가 됐고, 팬심 권력은 아이돌 가수로 넘어간 지 오래다.
물론 그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향력은 분야를 뛰어넘었다. 연예계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계까지 술렁였다. '컴백홈' 노래를 듣고 가출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학계가 뽑은 '광복 50년 한국을 바꾼 100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요즘 10~20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글로 이해한다. 서태지의 영향력을 머리로 이해할 뿐 체감하지는 못했다. 반면 30대 , 40대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아직까지 스타다. 이들은 서태지의 소식이 각 방송 메인 뉴스를 도배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글로 배운 20대(S)와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30대(H)가 만났다. 2030 세대가 생각하는 서태지는 어떤 모습일까. 서태지는 아직도 '문화대통령'이라 불릴만 한가.
[기획시리즈] '문화대통령' 그가 돌아온다
①서태지와 아이들, 데뷔부터 은퇴까지 ▶기사보기
②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후 그들은… ▶기사보기
1. 1990년대의 서태지, 어느 정도였길래…
S: 서태지와 아이들하면 '난 알아요' '컴백홈' 외에는 별로 떠오르는 음악이 없어요.
H: 그래?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시대유감'을 모른단 말이야?
S: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할 때 제 나이가 4살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서태지는 '울트라맨이야'때부터?
H: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인기는 지금 여느 아이돌 가수들과는 비교 할 수가 없어. 물량이 없어서 앨범을 못 살 정도였으니까. '예약 판매'도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부터 생겨난 거야. 은퇴 당시에는 집단자살소동까지 벌어졌다니까.
S: 저도 서태지의 가요계 기여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알고 있어요. 힙합·댄스 장르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였다는데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H: 서태지와 아이들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건 단순히 그 이유뿐만은 아니야. 서태지와 아이들은 시대 정신까지 바꿨어. 그 전까지는 20대들의 문화를 못마땅해하는 시선들이 많았거든. 그런데 3040 세대도 서태지의 팬이 되면서 X세대를 이해하게 됐지.
2. 서태지, 은퇴 후 솔로활동…가요계 중심에서 비주류로?
H: 그룹 은퇴 후 서태지의 솔로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
S: 서태지는 매니아만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록 음악이 현재 대중가요의 주류는 아니잖아요. 90년대에는 가요계 정상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비주류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아요.
H: 나는 록 음악으로 승부하려 했던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어. 록 음악을 대중화 시키려고 노력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깝지.
S: 맞아요. 솔직히 '울트라맨이야'가 나왔을 때 전 크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빨간 레게머리, 선글라스 스타일도 세련되게 다가오지 않았고요. 그 다음 앨범들도 크게 공감이 가진 않았어요. 저 뿐만이 아니라 제 또래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아요. 서태지보다는 동방신기, 소녀시대에 빠져 지냈죠.
3. 서태지, 아직도 '문화대통령'인가
S: 서태지에게 '문화대통령'이란 별명은 어폐가 있지 않나요? 90년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요. 대중이 원하는 음악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즐기면서부터는 대중과 멀어진 것 같아요. 더군다나 그 전까지 예능 활동도 하지 않았잖아요.
H: 솔로 활동만 놓고 보면 분명 안 맞는 부분이 있어. 서태지는 은퇴 이후 자신만의 음악에 갇혀있는 느낌이랄까. 최근엔 신비주의를 벗고 여러 방송 활동도 병행하고 있지만 좀 늦은 감이 있지.
S: 왜 '문화대통령'이라 불렀는지 그 이유는 이해해요. 하지만 지금은 싸이가 서태지보다 유명하지 않나요? 5년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처럼,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도 임기가 다하면 다른 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H: 싸이와 서태지는 비교가 안되지 않나? 서태지가 이룬 것들을 생각하면….
S: 물론 서태지의 능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20여 년이 흘렀고 그 사이 놀라운 공로를 세운 가수들이 많았잖아요. 요지는 비주류 음악을 지향하는 서태지에게 '문화대통령'이라는 명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H: 나도 동의해. 그래도 서태지가 현대 대중가요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지. 요즘에는 서태지가 방송에도 출연하고 많이 달라졌잖아. 이번 앨범으로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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