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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까지 장애인 200명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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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까지 장애인 200명 고용"

입력
2014.10.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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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립 멤버, 한게임 사장 출신

2년전 장애인만 고용 회사 설립

명함 인쇄ㆍ제과제빵ㆍ커피 공급 사업

품질 뛰어나 85개 업체 단골고객

'장애인 기업의 삼성' 통하기도

김정호 대표는 중증 발달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장애인 기업 베어베터 운영 외에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을 무상 급식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함북 나진에 세운 공장에서 빵을 만들어 매주 2만1,000명의 북한 어린이에게 빵을 나눠 준다"며 "8년 동안 8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정호 대표는 중증 발달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장애인 기업 베어베터 운영 외에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을 무상 급식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함북 나진에 세운 공장에서 빵을 만들어 매주 2만1,000명의 북한 어린이에게 빵을 나눠 준다"며 "8년 동안 8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직원 전원이 중증 발달 장애인들인 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삼성SDS에 입사해 네이버 창업멤버로 합류한 뒤 네이버 중국법인 대표와 지금은 NHN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이 바뀐 한게임 사장을 지냈다.

이런 세속적 성공을 뒤로하고 김 대표는 2009년 네이버를 퇴사해 2012년 명함 인쇄, 제과 제빵, 커피 공급 등이 주요 사업인 베어베터를 설립했다. 110명 정규 직원 모두 지적 장애, 자폐증 등을 갖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김 대표가 장애인들만 채용하는 회사를 설립한 배경에는 사연이 있다. 네이버 인사담당 임원 출신으로 김 대표와 베어베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진희 대표의 외아들이 중증 자폐증을 앓는 장애인이다. 김 대표는 “이 대표 외아들을 보고 장애인들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을 만들면 어떨까 제안을 했더니, 이대표가 ‘우리 아들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해 잠시 입이 얼어붙었다”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가 보살피지 않아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중증 발달 장애인은 국내 전체 장애인 250만명 가운데 20만명 정도인데 취업률이 0.7%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하다. 그래서 그는 사업 목표를 ‘고용’으로 정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장애인을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만든다. 최근에는 각종 축하용으로 쓰이는 꽃다발, 화분을 만들어 전달하는 꽃 배달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품질은 일반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대당 수억원대 고급 인쇄기 여러 대와 제과ㆍ제빵기를 들여 놓았고, 이들을 지도하는 전문 요리사와 플로리스트를 고용했다. 이 모든 설비는 김 대표가 30억원의 사재를 털어 장만했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림그룹, 한국IBM, 다음카카오, 네이버, 매일유업 등 85개 업체가 베어베터에서 명함 등을 인쇄하고 식음료를 공급 받는다. 이 기업들 또한 네이버 시절 쌓은 인맥을 동원해 김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뚫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베어베터와 거래를 하면 이익이다. 일반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지 않으면 매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장애인 고용 기업과 거래를 하면 연계 고용으로 인정 받아 부담금의 절반을 돌려 받는다.

김 대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다. 그는 서울 성수동의 회사 공간도 장애인 직원들이 눈치 보며 드나들지 않도록 아예 매입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 사무실 계약을 한 날, 같은 층의 상당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던 인도의 한 다국적기업이 장애인들의 출입을 불쾌하다며 텃세를 부렸다. 두세 번 사장을 찾아가 설득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자 김 대표다운 결단을 내렸다. 그는 “건물 한 층을 다 사버린 뒤 마침 계약 기간을 한 달 남겨둔 해당 기업에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통보했다”며 “졸지에 지사 사무실을 잃게 되자 인도 본사 임원들까지 찾아와 선처를 부탁했으나 딱 잘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연봉은 0원이다. 반면 베어베터는 올해 30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억대 매출을 올리는 장애 기업이 흔치 않아서 베어베터는 장애기업의 ‘삼성’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내년 말까지 200명의 중증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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