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까지 쓰레기·불법광고물 난립...산책로엔 보행자 위협하는 ATV
호숫가에 묶여 있는 오리배...모텔보다 못한 특급호텔까지
"체계적 관리·발상의 전환 절실"
관광한국을 기치로 2,500만달러의 세계은행 차관 등을 들여 조성한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1970년대, 그 귀한 달러까지 퍼부어 만든 보문관광단지가 후진국형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 밤이면 휘황찬란한 특급호텔의 불빛과 최신 시설의 콘도미니엄 등과 달리 곳곳에 쓰레기와 불법광고물이 넘쳐나는 등 국제적관광지라는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경주를 찾는 외지관광객들은 보문관광단지에 들어서면 큰길까지 범람한 각종 간판에 놀란다. 건물에 커다랗게 부착한 간판은 기본이고, 업소마다 가게 앞과 도로에 2, 3개의 입간판을 세워두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대형 현수막을 내건 업소도 부지기수다. 도로변에 여유가 있는 갓길에는 식당은 물론 마사지업체들의 낯뜨거운 내용으로 랩핑한 승합차가 점령하고 있다.
보문호 등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도 조용한 산책과는 거리가 멀다. 단속이 뜸해지자 산악용 사륜오토바이(ATV)와 전동스쿠터가 굉음을 내고 질주하기 일쑤다. 경찰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경주시는 스쿠터 대여업이 자유업으로 이렇다 할 제재수단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그 사이 보행자들은 산책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객들을 실망케 하는 것은 구석구석에 쌓인 쓰레기. 경북관광공사가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가자”며 단지 내 쓰레기통을 철거하자 단지 전체가 쓰레기장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산책로 주변 화단이나 벤치 아래 등에는 일회용 커피잔이나 음료수 병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치운 경북관광공사는 인력부족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김모(54ㆍ회사원)씨는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보문단지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가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더미를 보고 기분을 잡쳤다”며 “이곳이 과연 국제적인 관광지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보문단지의 대표적 위락시설인 보문호 유람선과 페달형 오리배도 4년 넘게 호숫가에 묶여 있다. 운영업체가 신형선박 투입은 물론 수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1급, 특급호텔도 노후화로 모텔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동국대 관광경영학과 서태양 교수는 “호수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특급호텔 등 관광시설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나치게 수익성만 추구하다 보니 조악한 상업시설만 대거 들어서면서 단지 전체를 죽이고 있다”며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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