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합니다.”(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약관 해석은 법적 판단을 받아서 검토하겠습니다.”(이기홍 ING생명 부사장)
16일 오후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보험사 부사장이 금융당국 수장에 맞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자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계약 위반 아니냐”고 묻자 두 사람이 정 반대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금융당국은 8월 ING생명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약관에 명시된 재해사망보험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반사망보험금으로 적게 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관주의와 과징금(4억5,3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삼성생명 등 동일한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 16곳에 대해서도 미지급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도했습니다.
하지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부담이 커지는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특별검사를 무릅쓰고서라도 지급권고를 거부했습니다. 혼자 거부하면 당국에 찍힐 수 있으니 해당 보험사 임원들이 한데 모여 “지급권고를 거부하자”는 담합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보험사들은 고객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음을 가리는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실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은 소송에서 자살보험금을 일부(40~50%)만 지급하거나 혹은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죠. 징계를 받은 ING생명 역시 법적 판단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이상직 의원이 “ING생명이 선행적으로 지급할 용의는 없느냐”며 재차 묻자 이 부사장은 “(제가) 대답을 드릴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내비쳤습니다. 평소에는 금융당국에 꼼짝 못하던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마치 투사처럼 버티고 있는 셈이죠.
금융당국이 이미 특별감사에 들어간 데다 정무위가 27일 종합국감 때는 정문국 ING생명 대표이사를 부를 계획인데요. 과연 보험사들이 언제까지 버티기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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