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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부수고 해체하라, 기술이 보인다"

입력
2014.10.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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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DI 스마트폰 연구팀, 경쟁사 제품 구입해 분해 연구

현대차도 부품 협력업체 초청, 차량 해체 이벤트 열어

협력사들과 기술 공유하고 경쟁사 제품 분석에 활용하기도

현대ㆍ기아차 협력사 연구원들이 15일 경기 화성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4현대ㆍ기아차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에서 완전 분해된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 플랫폼과 차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현대ㆍ기아차는 쏘울 전기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등 6개 차량을 자르고 분해해 일반에 공개했다. 화성=박상준기자
현대ㆍ기아차 협력사 연구원들이 15일 경기 화성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4현대ㆍ기아차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에서 완전 분해된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 플랫폼과 차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현대ㆍ기아차는 쏘울 전기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등 6개 차량을 자르고 분해해 일반에 공개했다. 화성=박상준기자

삼성SDI의 A대리는 요즘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스마트폰 쇼핑에 열심이다. 미국 애플 아이폰6나 중국 샤오미4 등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모델의 스마트폰 수십 대를 한꺼번에 구입한다. 때론 해외 지사가 현지에서 구입해 소포로 보내준다. 그런데 이렇게 산 새 스마트폰이 연구개발(R&D)팀 손에서 들어가면 곧바로 부숴진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공급하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제품 안에 어떻게 배치됐는지,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와 어떻게 결합이 돼 있는지 살피는 것”이라며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같은 종류의 부품을 여러 회사로 공급 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경쟁사는 어떻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우리 것과 비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자르고 부수는 ‘해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사제품을 경쟁사 제품과 비교ㆍ분석하기 위해 또 때론 협력업체들과 기술 공유를 위해서다. 그런데 점점 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가 다양해지는데다 제품 제작 과정이 정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잘 자르고 잘 부숴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 협력업체 연구진을 초청해 ‘경쟁차 해체 이벤트’를 열고 있다. 남양연구소 측은 해마다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외 경쟁 업체의 차량 200여 대를 사는데 연구진이 다양한 시험과 분해 작업을 어느 정도 마친 차 30~40대를 협력업체 연구진을 초청해, 연구소에서 함께 차를 완전히 해체한다.

김진호 남양연구소 차량분석팀장은 “해당 부품과 파트를 만드는 협력업체 연구진과 연구진이 함께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경쟁차 기술 개발 상황을 체크한다”며 “협력업체의 기술 수준이 올라가야 우리 차의 품질, 수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체된 차의 부품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협력업체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데 해마다 200개 가까운 협력사가 ‘선물’을 받아간다. 냉각기 제어부품을 개발하는 인지컨트롤스의 이명헌 이사는 “해외에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차량 안에 들어있는 경쟁사의 부품을 구하려면 수천 만원이 넘는 신차를 구입해 이를 뜯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협력업체들끼리 현대차가 주는 부품을 받기 위해 눈치 작전도 벌이고 신경전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현대차로부터 수입차 2,3개 업체의 냉각기 제어 부품을 공급받아 R&D에 활용해 최근 세계 최초로 모터를 이용한 전자제어밸브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를 투산ix 수소연료전지차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현대ㆍ기아차의 차량을 해체하고 분석하기 위해 국내에 대형 연구 공간을 임시로 만들고 연구진이 몇 달씩 한국에 머물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들고 본국으로 돌아가곤 한다”며 “어떤 차의 어떤 부분을 뜯어봤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고 전했다.

특히 자동차,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객 층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특정 지역을 겨냥한 제품이나 고가, 중가, 저가 등 가격대 별로 사양을 달리하는 제품을 내놓다 보니 경쟁사의 새 제품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 스마트폰 부품 업체 관계자는 “어떤 제품에 우리 부품이 쓰였는지 겉만 봐서는 모르기 때문에 결국 똑 같은 제품을 수십 대 사서 따 뜯어보는 수밖에 없고 허탕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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