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공청회 열고 문체부에 수정 요구
11월 21일로 예정된 새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서점과 출판사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출판계는 문체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허점이 많다며 두 번에 걸쳐 수정안을 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대한서점조합연합회, 인터넷서점협의회가 1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올바른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비판의 목소리를 모았다.
발제자로 나선 정덕진 햇빛문고 대표는 “문체부가 만든 시행령은 허점투성이”라면서 “이대로 하면 또다시 변칙 할인이 가능한 반쪽짜리 도서정가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목동에 본점을 둔 햇빛문고는 지역사회와 밀착한 운영으로 이름난 동네서점이다.
새 도서정가제는 적용 대상을 모든 책으로 확대하고 할인율을 종전 19%에서 15%로 축소한 게 골자다. 나온 지 18개월이 지난 책과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 도서관 등 공공기관이 구입하는 책은 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던 예외규정을 없앴다.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던 구간 도서도 앞으로는 출판사가 다시 정가를 매겨 팔되 할인율 한도 15%를 지켜야 한다.
문체부 시행령에서 출판계가 문제 삼는 내용은 오픈마켓, 중고도서, 전집(세트)도서, 외국에서 발행된 책, 정가제 위반 과태료 등에 관한 규정이다. 규정이 없거나 애매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게 출판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중고도서의 경우 기증받은 책까지 인정하고 있어 새 책이 기증받은 책으로 둔갑해 중고로 팔릴 가능성이 있다며 기증받은 책은 빼라고 요구했다. 외국에서 발행된 책은 할인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국내 출판사 해외지사나 아마존 등 해외 업체가 도서정가제를 피해가는 편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해당국가에서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외국 발행 간행물’로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공청회에서 정덕진 대표는 온라인서점의 무료배송과 카드ㆍ통신사 제휴 할인을 간접할인 규제에 포함시킬 것, 전집도서의 구성과 판매에 관해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것, 도서정가제 위반 과태료를 현행 100만원에서 사재기 범칙금과 같은 2,000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전집도서의 경우 문체부 시행령은 출판사가 낱권 도서를 전집으로 묶어 다시 낼 수 있고 전집 정가는 낱권을 합친 것과 다르게 매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트 도서의 정가를 낱권보다 크게 낮추거나 안 팔리는 책을 세트에 끼워 파는 식으로 얼마든지 편법 할인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민기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은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하는 간행물 판매자에 판매중개업자(G마켓, 11번가 같은 오픈마켓)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온ㆍ오프 서점이 모두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하는 마당에 오픈마켓은 규정이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출판사 양철북의 조재은 대표도 “문체부가 마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본법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해 정부와 서점ㆍ 출판계가 함께하는 협력기구를 만들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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