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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울산 계모 살인죄 맞다" 아동학대에 처음 인정

입력
2014.10.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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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망은 예견된 참사,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

항소심서 징역 18년 선고, 법조계·시민단체 "큰 획 긋는 판결"

‘울산 계모’의 살인죄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온 16일 오후 울산 하늘공원 영결식장에서 전국 아동학대 피해 유가족 등 20여명이 모여 고 이서현양 추모식을 열었다. 이양의 친모 심모(왼쪽)씨가 봉안실을 찾아 딸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삼키고 있다. 울산=뉴시스
‘울산 계모’의 살인죄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이 나온 16일 오후 울산 하늘공원 영결식장에서 전국 아동학대 피해 유가족 등 20여명이 모여 고 이서현양 추모식을 열었다. 이양의 친모 심모(왼쪽)씨가 봉안실을 찾아 딸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삼키고 있다. 울산=뉴시스

어린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됐다. 그간 상해치사죄 적용에 머물렀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에 법원이 살인죄를 적용한 것과 관련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큰 획을 긋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부장 구남수)는 16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 박모(41)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던 1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박씨가 아이를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지만, 폭행의 횟수와 강도를 볼 때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된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가격한 건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며 “1차 폭행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등 피해자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도 계속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 상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고, 즉각 살인이 가능한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고의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검찰이 주장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 골절, 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하게 한 사실이 분명하고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추어 보면 아이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비록 피해자를 폭행할 때 흉기 또는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뼈와 근육 등 신체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7세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며 “인체의 중요 장기가 모여있는 어린 피해자의 몸통 부위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숨진 이양의 친모 등 피해자측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했던 황수철 변호사는 “어린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대부분이 상해치사가 적용됐으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며 “특히 흉기가 아닌 맨손 맨발 아동학대 사건에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아동학대에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재판을 지켜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며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했다고 본다”면서도 “어린 아이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고통과 학대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죽었는데 겨우 3년만 늘어난 법원의 양형기준은 미약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외형상 유사한 ‘칠곡 계모’ 사건 재판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지난 4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임씨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20년을 구형했었다. 최종원 대구지검 1차장 검사는 “울산 사건과 칠곡 사건은 구체적 범죄 내용에서 사실 관계가 다른 만큼 살인죄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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